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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당골(佛堂谷) 모기, 그리고...
    세상사는 이야기 2022. 9. 19. 13:09

    오늘 밤에도 역시 웽웽거린다. 모기들이다.
    어젯 밤 갑작스런 모기 때문에 거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모기는 나보다 아내에게 더 달겨들었다.
    아침에 보니 아내도 잠을 못 자 눈이 좀 부었다.
    무더운 올 여름 모기없이 잘 지냈는데,
    끝물 더위에 기승을 부리는 모기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득 어떤 감이 잡힌다.
    인근의 원당 성사동 불당골(佛堂谷) 모기일 것이라는 것.
    애써 한 마리를 잡아보니 잔 날파리 같은 날랜 모습에서 연상된 것이다.
    불당골의 모기는 작으면서도 그악스럽기 짝이 없다.
    요 며칠 아침나절을 불당골에서 보냈는데,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서도 모기는 돌콩처럼 웽웽거리며 몸에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불당골 그 모기들이 나를 따라 집까지 온 것인데, 어떻게 따라왔을까.
    내 몸이나 옷에 붙어온 것은 아닐 것이고,
    수풀 위에 아무렇거나 벗어 둔, 걸머지고 간 백팩에 붙어 온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이 들었다.
    그래봤자 무의미한 도로이겠지만 백팩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탈탈 털어도 보았다.
    불당골 모기라는 생각을 하니,
    그 끈질김과 그악스러움이 느껴지면서 뭔가 좀 오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오늘 대비를 해야했는데 그리 못 한게 후회스럽다.
    아무래도 오늘 밤 잠도 설칠 것 같다.
    한편으로 불당골 모기, 불당골 모기하니까 뭔가 개운치 않은 게 있다.
    성가시게 하는 모기에 대한 나의 분노,
    그것은 모기를 잡게되면 결국 죽이는 것으로 이어지게 될 것인데, 그게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불당골은 불교 '佛' 자가 들어가는 불교적인 의미가 강한 곳이고,
    실제 ‘자비정사’라는 절도 거기 있다.
    그러니 살상을 하면 되지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잘 밤에 잠자리에서 꿇어앉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꿇어앉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소파에 앉아서 그 일을 했다.
    얼마 전 추석날 아침 차례에서 아내도 그러는 걸 보았다.
    술 한잔 올리고 절 두번을 올리는데 끙끙거렸다.
    결국 다리를 꿇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절을 마무리했다.
    나이들어 가면서 부부는 역시 닮아간다.
    아내는 나보다 다섯살 아래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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