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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시봉' 흉내내기
    추억 속으로 2011. 3. 1. 21:10

    대학 입학을 앞두고 결심을 한다.

    뭔가 남 앞에 나설 수 있는 일을 한가지 하자.

    그래서 생각한 게 웅변과 노래다.

    몇 날 궁리 끝에 노래로 마음을 잡았다.

    고등학교 말년에 만져본 기타가 손에 익고있을 시기라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처음 나서 본 무대가 학교 대학극장이다. 신입생 환영 노래대회.

    약대 다니는 선배 - 이름이 아마 경식이었던가 - 와 손을 맞췄다.

    레퍼토리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사운드 옵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내가 화음 파트를 맡았다.

     

    첫 무대 결과는 참혹했다.

    내가 의자에 앉고 선배는 의자에 다리를 올려놓은 자세로 노래했다.

    그런데 노래 중간에 선배가 다리를 뜨는 것이다.

    그 걸 보고 웃음이 났고, 그리고 화음을 까먹은 것이다.

    노래대회 결과는 참혹했지만, 후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과(科)에서 유명해졌고, 하숙집에서도 인기였다.

     

     

     

    (1971년 정동 MBC)  

     

    그 길로 노래를 계속 불렀다. 레퍼터리도 다양했다.

    당시 유행하던 닐 다이어먼드의 노래들과 클리프 리처드의 노래들.

    우리 노래로는 송 창식의 노래를 좋아했다.

    '새는''강변에서''나그네' 등을 많이 불렀다.

    그러다 김 민기를 알게된다. '친구''꽃피우는 아이''혼혈아' 등

    시대상을 반영한 그의 글과 곡이 좋았다.

    김 민기 노래가 나에게 맞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이 불렀다.

    어느 해 겨울방학인가, 지금 서강대에 있는 손 머시기가 마산으로 왔다.

    왜 왔는지 모르겠다. 도피라고 해야 하나.

    결핵병원에 연금돼있던 김 머시기 시인과 함께 선창가에서 소주를 마시고

    함께 불렀던 '친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너'를 부른 이 종용이 마산에서 군대생활을 하고 있었다.

    방학 때 추산동 우리 집 2층방에서 함께 많이 불렀다.

    기타 알페지오 주법을 그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그 양반 지금 그 걸 기억하고 있을까.

     

     

             (1970년 연대 청송대)

     

    군에 가서도 노래를 불렀다. 노래 덕도 봤다.

    DMZ 부대로 갔다. 보충대에서 몇 날을 묵고 있었다.

    어느 비오는 밤, 점호를 앞둔 시간. 내무반은 분위기 침울했다.

    후송갔다 오는, 그리고 수색대 등 최전방으로 가는 병사들.

    선임하사가 노래를 부르라고했지만, 어느 누구도 부르지 않았다.

    내가 자청을 했다. 마침 내무반 한켠에 기타가 있었다.

    그 때 부른 노래가 송창식의 '비의 나그네'였던가. 모두들 울고 있었다.

    그날 밤, 곤히 자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깨운다.

    따라가니 목공소다. 상병과 병장, 기간병 두 명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소주와 라면. 나보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불렀다.

    아침에 병장이 찾아왔다. 연대에 남게 해주겠다는 것.

    거절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개성 바로 앞 송악OP, 거기서도 노래를 불렀다.

     

    제대하고 복학하고 취직하면서 노래를 잊고 살았다.

    어느 해인가 출근을 하려고 가회동 쪽을 걸어내려오다 채 머시기 선배를 만난다.

    탈춤을 잘 추는 선배였는데 지금 부산대학교에 있을 것이다.

    뭐하냐고 묻길래 회사 다닌다고 했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회사 가지말고 같이 가자고 한다. 어디로?

    그냥 따라오라고 한다.

    동소문 어느 골목길로 접어드니 조그만 한옥이 나왔다.

    넓직한 마루에 몇 명이 앉아 있다. 거기서 만난 사람이 김 민기 등이다.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랑극단'을 조직해 전국을 떠돌자는 계획이었던가.

    한 이틀, 회사도 안 나가고 그 곳을 나갔다. 

    그러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벌어 부모도 봉양하고 결혼도 해야할 내가.

     

    왕년에 나도 노래 좀 했다고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믿지 않는다.

    니 주제에 노래는 무슨 노래. 박자도 잘 못 맞추는기.

    얼마 전, '세시봉' 방송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방송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 흥얼거려 보았다.

    잠깐이나마 옛시절 추억에 젖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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