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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탈린의 警句(?)
    時事 터치 2019. 7. 15. 19:51

    '1945'라는 책을 읽고 있다. 마이클 돕스(Michael Dobbs)라는 영국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2차대전 종료를 앞두고 미국과 소련, 영국의 지도자들인 루즈벨트, 스탈린, 처칠이 얄타와 포츠담에서 만나 전후 세계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차대전 후 세계의 항구적 평화 기반을 마련키 위한다는 명분의 정상회담이었지만, 실제로는 패전에 직면한 독일을 포함해 폴란드 등 유럽을 각국의 이익에 맞게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를 저마다의 갖은 외교기법으로 밀고 당기는 회담 과정과 세 정상들의 진면목 등을 스토리텔링적으로 그리고 있어 재미가 있다. 이 회담들은 세 정치적 거물들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냉전(cold war)의 서막을 열었고, 그것은 한반도도 남과 북으로 분단되는 결과를 가져와 우리에게도 밀접한 영향을 준 회담들이었다는 점에서 책을 읽고있는 심경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스탈린에 관한 것이다. 아직 전반부를 읽고 있지만, 얄타 회담까지를 대하면서 스탈린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며 다가왔다. 평소에 갖고있던 그에 대한 흉포하고 잔인한 독재자로서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크림반도에 있는 얄타가 소련 지역이라는 점에서 스탈린은 얄타 정상회담의 주재자다. 회담의 주재자로서 스탈린이 루즈벨트와 처칠을 대하는 언행을 기존의 그의 이미지에 견줘보면 영 달랐다. 상당히 신사적이고 논리적이며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에티켓일 수도 있고 특히 상대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만, 스탈린에 대해서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고 더럽고 추악한 것이었기에 어떤 반전 드라마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스탈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책의 앞 부분, 그러니까 폴란드 분할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스탈린이 한 말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나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부분이었다고나 할까.

    "선거는 '투표하는 유권자'가 아니라 '표를 세는 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스탈린의 이 말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이 말이 웬지 한 세기 가까이 전 소련의 독재자가 오늘의 우리 한국민들에게 정신차리라며 보내는 조롱(?)의 경구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러니까 아무리 민의와 여론을 바탕으로 선거를 한들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는 선거를 관리하는 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인데, 흡사 내년 4월의 총선 등 정권교체를 위한 선거에 목말라하고 있는 한국의 애국보수세력을 콕 집어서 들어라는 투로 읽혀지는 것이다.

    스탈린의 이 말을 경구적인 측면에서 애둘러 보자면 결국 선거 개표 방법과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으면 선거는 하나마나 한 개뿔일 것이고 국민의 염원을 담은 여론 또한 말짱 황으로 끝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드루킹 류의 공공연한 여론조작에 민노총 산하 전공노가 주축을 이룬 중앙선관위 주도의 개표까지 만일 그런다면 굳이 이해찬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좌파정권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지 않겠는가.

    조롱으로 들릴지언정, 우리나라 보수세력들은 스탈린의 이 말을 새겨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구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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