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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실내(Summer Interior)'
    컬 렉 션 2020. 8. 2. 09:48

    '여름 실내(Summer Interior)'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1909년 작품(Oil on Canvas).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린 젊은 여자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은 채 바닥에 앉아 있다. 그녀는 흰 민소매 셔츠만 입은 채 성기 부위는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그녀의 왼팔은 다리 사이로 아래로 뻗어있다. 그녀의 음부 부위를 강조하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오른팔은 팔꿈치에 구부러져 있고, 그녀가 기대어 서 있는 침대 위에 놓여 있다. 침대 외에 인물의 방은 가구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하얀 벽난로가 거의 전적으로 침대에 가려져 있다.

    오른쪽으로 난 창문 하나에서 햇볕이 비춰지고 있다. 이 패치는 그림의 유일한 광원이지만, 한편으로 시트의 흰색과 여자의 흰 민소매 셔츠가 이 작품의 완전한 어둠을 차단있는 듯이 보인다.

    그림의 형태는 추상적이지는 않지만, 호퍼의 붓놀림에는 다소 성급한 데가 있다. 이를테면 여자의 오른손은 뚜렷한 육체의 형태가 아닌 페인트의 합성체로 나타난다. 창문은 마치 호퍼가 반복적으로 그림 붓을 프레임의 윤곽을 가로질러 끌고 간 것처럼, 가로로 뻗어 있는 직사각형일 뿐이다.

     

    호퍼의 1909년 작인 이 그림은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그의 억압된 불안감과 호퍼, 그 자신의 세계에서의 그들의 처지를 묘사하는 방법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취약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 갇혀있는 그의 환상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림 속 저 여성의 포즈는 허탈해 보이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선을 아래로 움직이게 합니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그림의 조망에 있어서는 다소 소비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럼으로써 다분히 절망적인 느낌을 안깁니다.

    여성은 이 그림의 중심이고, 여인의 ‘불안해하는’ 모습은 이 그림의 초점입니다. 여자는 정돈되지 않은 침대, 그리고 헝클어진 시트에 불안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으로 어떤 정적인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여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노려보는 관찰자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전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호퍼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지만, 그의 현실에 대한 안목은 지극히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것으로, 작품의 소재도 주로 텅빈 도시의 공허한 풍경이라든가 고립된 인간 존재들입니다. 호퍼는 이런 소재들로 자신의 관점을 평이하지만 의미있는 화법으로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사실주의적 작품은, 화가로서의 사실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보는 것, 보여지는 것을 문자 그대로 또는 사진을 찍듯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작가의 해석적 표현이 담겨져 있어야 함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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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 있는 제 동생이 호퍼의 그림을 아주 좋아합니다. 시를 쓰고있는 동생은 호퍼의 그림을 주제로 한 시집도 냈지요(2014년). 아래 글은 동생이 호퍼의 이 그림을 소재로 삼아 2014년에 쓴 글입니다. 시 제목도 그림 제목과 같은 '여름의 실내(Summer Interior)입니다.

     

     

    주머니에 마지막 남은 잔돈인 듯

    속에서 흘러내리는 기억들

    아직도 미지근하다

    한 번의 유효기간이 또 지나갔을까

    우유도 유효기간의 하루 이틀쯤은 별 탈 없지만

    여름이 원래 그렇다

    그 남자는 이제 오지 않을 것이다

    이 한 계절 이 방에 머물 수 있다면

    누가 스쳐간들,

    가슴의 흘수선까지 물소리 차오른다

    벌레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걸까

    물풀냄새 남기고 여름도 몸도 저만치 흘러간다

    커튼에 잘린 햇살들 바닥에 꿈틀거린다

    달라붙어 살을 녹이고 피를 빤다

    스쳐간 자리마다 피멍 같은 어스름 고인다

    - 시집 '호퍼 씨의 일상'(2014) 중에서/김영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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