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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산 호수공원의 추억
    추억 속으로 2010. 8. 22. 14:40

    일산으로 이사간 게 1995년 10월이다.

    먹고 살기위해 서울을 나다니지만,

    살 곳은 좀 한적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싶어 찾은 땅이다.

    과천, 산본을 거쳐 도달한 곳인데, 바로 여기다 싶었다.

    후곡마을에 집을 잡았다. 바로 길 건너가 일산 기차역,

    그러니까 지금 구일산으로 부르는 마을의 초입이었다.

    신도시라는 곳이었지만, 그 당시 일산은 참 한적하고 좋았다.

    많은 녹지, 널직한 도로, 맑은 공기, 그리고 깨끗한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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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호수공원에도 천연호수가 있다. 그 곳엔 연꽃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호수공원이다.

    조성 당시에는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하나 호수공원 탓하지 않는다.

    인공으로 만들어졌지만, 잘 가꾸고 보존한 탓에 지금은 천연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호수공원이 개방된 즈음의, 어느 날 아침 산책이 떠 오른다.

    호숫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멀직이 앞에서 뭔가 꿈틀거리며 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가만보니 줄을 이어 가고있는 무리다. 청거북들이었다.

    호수에서 무리를 지어 올라와 길을 건너고 있었다.

    절로 탄성이 났다. 그 게 바로 때묻지 않은 자연이 아니었던가.

    그 때 연상됐던 게, 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수다.

    캔버라 하얏트 호텔 앞에 일산 호수공원 같은 호수가 있다.

    물론 천연호수다. 호텔 투숙객들이 산책하기에 그지 없는 곳이다.

    그 호숫길을 이른 아침에 걷고 있는데, 멀직이 앞에서 뭔가 지나간다.

    야생 동물들이다. 캥거루도 있고, 코알라도 있고 거북들도 있었다.

    아침에 겅중겅중거리며 길을 건너는 캥거루를 보니까 좀 두렵기도 했지만,

    역시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호주로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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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공원은 걷기도 좋지만, 달리기도 좋다.

    한 여름, 자전거를 타고 그 곳으로 간다.

    걸어가기에는 좀 먼 곳이라 항상 자전거를 타고 갔다.

    자전거를 그늘에 매 놓고는 호숫가를 달린다.

    호숫길 한 바퀴가 대충 5킬로미터 정도 된다.

    뙤약볕 아래, 호숫길을 달린다. 두어 바퀴.

    달리는 게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그저 호수가 있고, 길이 있어 달리는 것이다.

    그 게 차츰 습관이 됐다. 그 곳에 가면 무조건 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게된 것이 달리기 중독증이다.

    그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달리는 순간, 머리 속이 하애진다.

    온갖 잡념들이 줄줄이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된다.

    결심과 의지의 힘을 키워주기도 한다.

    골치아픈 사안들에게 답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달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게 한 여름 뙤약볕 아래를 뛰고 하는 샤워, 그 맛도 잊을 수 없다.

    공중화장실이지만, 한 여름 평일에는 사람이 없다.

    한참 그렇게 할 때가 2000년 초일 것이다.

    지금은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관절도 안 좋을 뿐더러 중독증에 대한 나름의 두려움 같은 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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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아래, 쉼터에서 바라다 본 호수공원)

     

    호수공원 뒤로 장항동이 있다. 그 곳으로 가는 샛길들이 많다.

    그 동네에 창고를 세내 술집을 차린 후배가 있었다.

    한 때, 노래를 불러 좀 알려졌던 후배다. 그 형은 내 선배고.

    우연히 그 집을 알게된 후부터는 호수공원,

    그 다음 코스는 그 집이었다. '장항동386'이었었지 아마.

    호수공원을 달린 후 파김치가 되어 자전거를 몰고 그 집으로 간다.

    후배는 히피스타일이다. 꽁지머리의 그 후배는 저녁장사 때문에 오후엔 주로 잔다.

    그 후배를 깨어 함께 술을 마신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어둡고 높았던 천정, 삐걱삐걱하던 계단소리.

    그 후배는 그러다 일찍 세상을 떴다. 간암이었다. 그 형도 그 병으로 떴고.

    호수공원 뒤로 장항동이 있다. 공원에서 글루 나가는 샛길들이 많이 있다.

     

    오늘, 호수공원을 다시 걸으니 옛 생각이 떠 올랐다.

    길은 예전과 다름없다. 그러나 세월은 많이 흘렀다.

    넓직한 터와 그늘이 있는 다리 아래 쉼터도 옛과 다름없다.

    그러나 같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더러 이 세상에 없다.

    후배 경이, 탤런트 전 운 선생,

    그리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불굴의 의지로 건강을 되찾으려던 모 사장님.

    오늘 모처럼 호수공원을 찾으니 그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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