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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馬山할머니
    내 고향 馬山 2021. 2. 3. 13:28

    지금 있는 아파트에 21년 째 산다.

    세상 인심이 어쩌다 그리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이웃들을 서로들이 잘 모른다.

    내 관점에서 보자면, 나의 잘못이 기중 크겠지만

    익스큐스를 보태자면 아무래도 상대성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앞집, 옆집 이웃들이 본체 만체 하는데야 어쩌겠는가.

    그런 걸 무릅쓰고 먼저 인사를 건네기는 좀 그렇다.

    더구나 그런 이웃들이 젊은 세대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참 정갈하고 야무지게 보이는 할머니다.

    십년 넘게 같은 동의 아파트에 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그저 눈 인사 정도 만 드린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귀가하는 엘리베이터에서 그 할머니를 만났다.

    어디 시장엘 갔다 오시는 모양이다.

    두어마디 주고 받았다.

     

    아이고, 무신 물가가 그리 올랐는지. 세상에 다마네기 한 쪼마이에 6천원이 뭐꼬.

    그리 올랐습디꺼?

    올라도 올라도 너무 올랐으예. 한번 가 보이소.

    그래예?...

     

    늦은 오후,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고 있었다.

    막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려는 순간,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같이 가입시더.

    막 뒤따라 와 현관 버튼을 조작하고 있는 그 할머니다.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숨을 헐떡이며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신다.

    아이고 아저씨, 고맙십니더.

    아저씨 라고 부르니 좀 이상하다.

     

    할머니를 보고 싱긋 웃었다. 사투리가 정겹다. 그리고 인사 겸 한마디.

    할무이, 사투리 쓰시는데 고향이 어딥니꺼?

    할머니가 나를 물끄러미 보면서 툭 던지는 말씀.

    마산입니더. 마산. 알란가 모르겄네.

    그 할머니는 마산 분이셨던 것이다. 수년 째 고향사람을 곁에 두고도 몰라봤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 마디 드렸다.

    마산 어딥니꺼? 저도 마산입니다.

    할머니가 좀 뜻밖인 듯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바라본다.

    남성동이라예. 아저씨는 요?

    남성동이면 내가 어릴 때 자랐던 동네다. 나도 남성동이라 했다.

    할머니가 동네 이름을 죽 늘어 놓으신다.

    남성동에서 어릴 때 자랐고 그 다음엔 자산동, 추산동, 합성동 그리그리 살았지예.

    내가 마산서 살아 온 그 궤적이다. 남성동, 자산동, 추산동, 합성동...

     

    엘리베이터가 9층, 할머니 댁에 도달하고 있었다.

    짦은 순간이었지만, 몇 십년 뵌 듯한 할머니다.

    아저씨, 고맙십니더. 잘 올라가이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 본다. 환한 웃음을 짓고 계셨다.

     

     

     

     

     

    오늘 아침 산책길의 '마리아수녀회' 성당. 엷은 아침햇살에 빛을 발해 반짝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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