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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使徒의 鐘(Apostle Bell)' from Germany
    컬 렉 션 2021. 2. 10. 11:52

    그저께 독일에서 보내 온 '황동 종(brass bell).' 이베이(eBay) 경매품목에 올라와 있는 타이틀에 'massive'라고 적혀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생각보다 크고 묵직하다.

    독일 판매자는 나름 이 종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다. 종의 역사와 만들어진 배경에 관한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판매자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종체 표면에 마태(Mathew), 요한(Johannes), 마르코(Marcus), 루까(Lucas) 등의 몇몇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예수의 12 사도들 중 네 사도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 아래는 사슴과 나무, 그리고 새들이 부조돼 있다.

     

    사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종이 카톨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는 하지만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종의 지름이 12cm에 무게가 자그마치 1.5kg 나간다.

    이처럼 무거운 것으로 보아 카톨릭 제례 용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장식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한데, 구라파 쪽 옛날 종에 관해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종 안에 묵직한 황동 추가 두개나 달려있다. 그 추로 종을 친다. 종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울림도 엄청 강하다.

    이 종에 관해 궁금한 점이 많아 SNS에 올렸더니, 이 종을 잘 아는 분이 댓글을 달아 주었다.

    그 분 설명에 따르면, 이 종은 카톨릭 제례 및 전도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명칭은 통상 '사도의 종(apostle bell)'이라고 한다. 종체 표면에 예수 12 제자들 중 마태, 요한, 마르코, 루까의 이름이 새겨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종은 예수의 제자로 성경의 4대 복음서를 남긴 네 사도들의 신앙심과 신성함으로 카톨릭을 전도하기 위해 중세 때부터 만들어진 전도용의 종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종의 정식 명칭은 '전도자의 사도의 종(evangelist apostle bell)으로 불린다. 또 다른 이름도 있다. '성역(聖域)의 鐘(sanctuary bell)'이라기도 하고 '수도원 교회의 종(monastery church bell)'이라기도 하는데, 이 종의 쓰임새에 따른 이름으로 보인다.

    종체에 새겨진 사슴과 나무, 새와 관련해 이 분은 나무는 종려나무이고 새는 펠리컨이라고 했다. 사슴과 종려나무, 펠리컨은 초기 기독교와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언급한 상징적인 문양으로, 이는 예수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펠리컨은 새끼가 다치면 자기 옆구리를 자기 부리로 찍어 피를 내 새끼에게 먹여 살리는 새로, 이는 곧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한 예수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분의 설명을 고맙게 듣고 이베이에서 검색을 해 봤더니 여럿 나오는데, 그 이름들이 위에서 언급한대로 각각들이다. 하지만 종체에 조각된 내용은 이 분이 설명한 그대로다. 네 사도들의 이름과 사슴, 종려나무, 펠리컨이 새겨져 있다. 이 분은 나의 이 종을 보고 2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니 앤틱antique)이라고 하기에는 제작 연대가 좀 늦다. 빈티지(vintage)로 분류하면 되겠다.

    이 종을 보고 경매에 참가할 적에 나는 이 종에 관해 전혀 문외한이었다. 다만 황동의 재질이라는 것, 그리고 종이 고색창연해 보이고 웬지 종소리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다 낙찰되어 막상 종을 받아 봤을 때 그 느낌은 뭔가 좀 묵직했다. 무게도 그랬지만, 울림이 큰 종소리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주변의 도움말을 듣고 좀 더 살펴보고 난 후의 이 종에 대한 나의 느낌은 이런 것이다. 결국나에게 올 것이 왔다는 것. 그러니 종이 나를 찾아왔고, 내가 이 종을 기다렸다는 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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