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光化門 二題

김상지 2022. 3. 28. 12:07

비오는 광화문에서 길을 잃다.
가는 목적지, 그러니까 약속이 있어 나왔는데,
버스에서 내려 광화문 네 거리에서 비안개 잔뜩 낀 북악산 쪽을 보며 잠시 옛 생각에 젖다가
갈 곳이 생각나질 않는 것이다.
옛날에 하던 속성대로라면 이런 비오는 날이면,
프레스센터 뒤 '부민옥'을 가 소주를 마시던지 아니면,
세종문화회관 쪽 '가봉루' 나 '동천홍'으로 가 빼갈을 마셨었지.
한참을 그렇게 서성이다 생각이 났다.
참, 내가 코리아나 호텔로 가는 길이지…

 

 




어렵고 팍팍하지만, 노숙인들도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어제 광화문 지하도에서 본 두 노숙인들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가.
한 분은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있고, 다른 한 분은 독서에 전념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무엇을 보고있는가가 궁금하지만, 더 이상 다가갈 수가 없다.
멀찍이서 보기에 유튜브 서핑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내 짐작일 뿐이다.
독서를 하는 분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한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보고있는 게 문고판인 듯 한데 성경이 아닌가 싶다.
비오는 광화문, 그리고 광화문 지하도의 좀 이색적인 풍경이다.
고달픈 하루하루이겠지만,
저렇게들이라도 하면서 그들의 하루가 그나마 알차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