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일보, 늦 더위 먹었는가
C, J, 두 아침신문을 본다. 주로 인터넷 신문을 보지만, 종이신문은 그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고, 한 때 말석이나마 그 분야에 종사한 바가 있기에 꾸준히 본다. 종이신문을 보면서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주요 기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대강 알고 있기에 신문을 예전처럼 꼼꼼히 보지 않는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종이신문이 '실수'한 부분은 눈에 잘 띈다. 그래서 그동안 몇 건을 지적해서 해당 신문사에 알려주곤 했다. 주로 기사내용에 관한 것들이고, 소소한 것들, 이를테면 가벼운 교열미스 등은 그러려니 했다. 그런 것들까지 지적할 수야 있겠는가. 그런데 오늘짜 J일보는 큰 실수를 했다. 교열이나 편집상 아무리 봐도 예사로운 실수가 아니다. 그 것도 1면에서다. 1면 우측 하단의 기획기사인데, 군 지뢰 피해 및 대책에 관한 것이다. 이 명박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지뢰 안전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스트레이트 기사인데, 제목이 우습게 나간 것이다. '이 놀이터 밑 지뢰, 연내 제거된다' 이 게 기사제목이다. 무슨 제목이 이런가. 내용을 읽어보면 퍼뜩 감이 온다. 뭔가 빠뜨린 것이다. 제목을 '어린'이란 단어를 빠뜨리고 단 것이다. 제목은 이렇게 나가야 됐다. '어린이 놀이터 밑 지뢰, 연내 제거된다' 처음 봤을 땐 설마했다. 제목 곁에 사진이 있어, 기사내용의 부각시키기 위한 편집상의 테크닉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란 단어를 빠뜨린 제목인 것이었다. 신문사에 들어가면 견습과정에서 교열부에도 근무를 한다. 그 때 선배들로부터 듣는 소리가 있다. '교열엔 왕도가 없다'는 것. 아무리 뛰어난 교열기자라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스를 방지할 절대적인 방안은 없다는 것. 그러나 그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은 사람이 돌려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게라'라는 초벌인쇄지가 나오면 교열기자들끼리 빙 둘러보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실수가 나오는 게 교열이다. 그래서 '왕도'가 없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교열로 인한 실수가 눈 감아지는 것은 아니다. 책임은 결국 면 담당자와 데스크에게 돌아가고, 큰 실수는 편집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었다. J일보는 아마도 내일 신문에 사과기사를 실을 것이다. 내용으로 봐 그렇게 중요한 기사는 아니니, 그렇게까지 할 것인가 하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J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이른바 C.J.D를 J.C.D로 자칭하고 있는 신문이 아닌가. 그저 독자의 관대성에 기대 적당히 넘길 입장이 아닐 것이다. 기나긴 여름, J일보가 아무래도 늦 더위를 먹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