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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날의 喪事

김상지 2010. 9. 28. 16:45

추석 지난지도 벌써 6일 입니다.

이번 추석은 유독 연휴기간이 길었습니다.

백수 주제에 연휴를 운위하기는 뭐 합니다만,

남들 하는 소리에 좀 보태자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긴 연휴가 참 뻑쩍지근하게 느껴집디다.

나는 이번 추석이 좀 남 달랐습니다.

추석에 喪事를 만났기 때문이지요.

오 창환이라고,

마고 30회 후배가 추석 전날 세상을 떴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연락을 접하고 바로 빈소에 들리지는 못했습니다.

추석날 저녁에 들렀지요.

보라매 병원이었는데,

그날따라 대방동 밤거리, 참 을씨년스럽습디다.

 

오 후배는 한 해 아래지만, 참 살가운 후배였습니다.

한 때 떵떵거리면서 참 잘 나가기도 했었지요.

그래도 예의바르고 싹싹하고 듬직한 후배였습니다.

지난 6월에 본 게 결국 마지막이 됐습니다.

광화문에 왔길래,

같이 양재동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었지요.

먼저 잡혀진 약속 때문에 양재동에서 후배와 헤어졌습니다.

막걸리 한 잔만 하고 가이소.

그 말이 결국 그 후배의 마지막 말이 됐습니다.

 

빈소에 후배 동기들이 여럿 왔습디다.

그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여러 얘기들이 나오더군요.

근자에 좀 어려웠다는 얘기가 제일 많았습니다.

그 것도 모르고 나는 전화도 한 통 하지 않았습니다.

후배는 자존심 때문에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만, 그 게 가슴이 아팠습니다.

먼저 자리를 뜬 24회 선배가 밖에서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동생, 고마 나오이라. 나와서 한 잔 하자.

간다고 했지만,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겠습디다.

계속 앉아서 소주만 마셨습니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영정 속의 그 후배는 아주 편안한 모습입니다.

형, 내 가요. 잘 있으소.

 

후배는 다음 날 아침,

벽제에서 한 줌의 재가 된 채

진동 고향 땅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 무덤 아래, 

평평한 평분에 들어가 눕는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