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굴짬뽕'
토요일 북한산 갔다 내려오면 주로 구기동에서 뒷풀이를 한다. 거기서 '발동'이 걸리면 그 다음은 광화문이다. 광화문도 꼭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내린다. 그리고는 회관 쪽으로 들어가면 잘 가는 여러 집들이 있다. 어제는 중국식당엘 갔다. 한 친구가 거기서 저녁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 중국식당은 꽤 알려진 곳이지만, 우리들과도 어떤 인연이 있다. 언젠가 술이 취해 그 집엘 들렀다가 낭패를 당했다. 내쫓김을 당한 것이다. 한 친구가 술이 좀 과했던 탓이다. 카운터에 주인 할머니가 앉아있는데, 그 할머니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 집에서 쫓겨났다. 두번 다시 안 간다고들 했지만, 그 게 잘 안 됐다. 광화문에서는 그 집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어쩔 수가 있겠는가.
항상 그 집은 붐빈다. 용케 자리를 잡았다. 그 집은 우리들을 좀 각별하게 대한다.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이 아니라, 호의적으로 대해준다. 다툰 게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물론 우리들의 노력(?)도 남달랐다. 그 집의 눈치 코치 불문하고 많이 들락거린 것이다. 양장피 하나에 이과두주를 시켰다. 역시 음식은 맛있다. 모두들 이구동성이다. 채소 하나가 달라도 다르다. 사각사각 씹히는 게 신선함을 준다. 양념소스는 말 할 것도 없다. 저녁으로는 한 친구를 빼고 모두들 '굴짬뽕'을 시켰다. '굴짬뽕'은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다. 광화문 통에 '굴짬뽕'하는 중국집이 여럿 있다. 모두 다녀봤지만, 이 집 것이 제일 맛있다. 이 집 '굴짬뽕' 역시 신선한 재료를 써기 때문에 맛있다. 굴이 우선 싱싱하다. 오동통하고 쫀득한 게 씹히는 감이 다르다. 그리고 각종 채소로 우려낸 국물이 구수하고 시원하다. 언뜻 복어지리 국물 맛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국수 면발도 다른 집의 그 것과는 좀 다르다. 수타면인데, 여느 집의 것보다 가늘다. 그래서 면발이 아주 부드럽다. 배갈 좀 마시고 해장과 식사 음식으로는 그만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굴짬뽕'을 먹고 있다. 그 집에서 우연히 광태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그 것을 먹고 있었다.
맛있게, 그리고 적당하게 먹었다. 친구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뭐라뭐라 중국말을 종업원에게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한 마디 말이 귀에 익다. 친구 이름이다. '병만'인데, 병마이, 병마이 한다. 그 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은 먼저 내려왔다. 병만이가 좀 있다 내려오는데, 손에 뭔가를 들었다. 뭔가? 병만이가 의기양양해졌다. 그 것은 다름아닌 중국과자인 '월병(月餠)'이었다. 우리 일행 수만큼의 포장된 '월병'을 병만이 편에 내려보낸 것이다. 추석선물이라는 것이다. 그 할머니의 인정이 새삼 고마웠다. 그 건 그렇고 그 할머니가 병만이 이름을 언제 어떻게 알았을까. 하여튼 우리 총무 '병마이'는 모르는 거, 그리고 안 하는 게 없다. 병만이는 저 뒤에서 의기양양한 채 미소만 머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