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學 究

쓸쓸함에 대하여

김상지 2010. 10. 27. 17:14

엊저녁에 마누라로부터 한 소리 들었다.

사람이 어째 그럴 수 있느냐는 것.

 

여름 웃도리를 세탁소에 맡겨놓은지 좀 됐다.

수퍼마킷 가는 길에 세탁소에 들렀다.

아파트 동.호수를 얘기하니, 옷과 넥타이를 꺼내다 준다.

내 것이 아니다. 가만보니 아들녀석 것이다.

내 옷을 얘기했더니,

맡긴지 좀 오래되서인지 한참을 찾다가 가져다 준다.

옷을 꺼내주면서 아주머니 하는 말,

모두 아저씨네 것이니 같이 찾아가시지요.

그래야지요 하다가 문득 생각하니 돈이 맞지 않을 것 같다.

수퍼마킷에서 뭘 사고나니 만원짜리 한장 달랑 남았다.

얼마냐고 물으니 아들 것이 5천원, 내 것이 8천원이다.

안 되겠다 싶어,

아들 것은 아들이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빤히 쳐다본다.

 

저녁에 마누라가가 들어오는데, 뭔가를 잔뜩 들었다.

그 가운데 아들녀석의 그 옷과 넥타이도 있다.

식탁에 짐들을 놓으면서 마누라가 투덜댄다.

사람이 어째 그럴 수 있느냐. 어떻게 자기 옷만 찾아올 수 있느냐는 것.

세탁소 아주머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던지,

아들 옷 안 찾아간 것을 마누라에게 고자질 한 것이다.

달리 할 말이 없다. 돈이 없어 그랬다고 말 하는 것도 그렇고.

어, 그 거 그 기 말이지...

마침 그 때 아들녀석이 퇴근해 들어오다가,

자기 옷이 놓여있는 것을 보곤 뭔 일인가 두리번거린다.

아들을 보니 갑자기 죄지은 양 얼굴이 화끈거린다.

마누라는 나의 그런 태도엔 관심이 없다는 듯,

아들만 챙긴다.

 

옷하고 넥타이 찾아왔다. 어디다 걸어 놓을까.

 

 

 

 

 

                          설악산 대청봉,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