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 學 究

心身 추스르기

김상지 2010. 11. 21. 15:21

세상사,

만물의 이치에 음양이 있을 것이다.

더할 것이 있으면 뺄 것이 있고,

날 것이 있으면 들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몸인들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마음에 사역당하는 게 몸이니,

몸 가짐은 무엇보다 마음 가짐이 문제이겠으나

이른바 四端七情이 아니더라도  종잡을 수 없는 게 마음 아닌가.

그러니 측은한 게 몸이다.

 

눈을 뜨니 새벽녁이다. 하늘은 아직도 어둡다.

앞뒤 잴 것도 없이 발딱 일어났다.

살아야 한다. 암만. 

옷을 주섬주섬 줘 입고 새벽길을 나선다.

호수공원.

뿌연 안개가 물 위를 흘러 다닌다.

걷는다. 천천히 걷다가 뛰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호수 둘레길 한 바퀴가 5킬로 정도니 두 바퀴면 10킬로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걸으며 허리를 앞, 뒤, 옆으로 젖히면 뚝, 뚝 소리가 난다.

다리도 아프고 손발도 저리다. 눈도 부기 때문에 무겁기 짝이 없다.

가슴 오른 편이 욱신거린다. 간 쪽이다.

목에는 짠 가래가 왔다갔다 한다. 식도를 지어짜듯 해 뱉어내도 소용이 없다.

엉덩이 하초 쪽도 그 게 재발했는지 묵직하다.

 

몇 날 사이에 몸이 그렇게 망가졌다.

마산서 일박이일, 그리고 부산을 거쳐 올라와 이틀 만의 일이다.

사람 만나는 일은 정말 피곤하다.

마산 있는 동안 많이 만났다. 10 명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술, 그리고 계속되는 이동.

서울 올라 와 근신해야 했다. 그러나 마음에 바람이 들었다.

17일 점심, 그리고 술. 18일 점심과 술, 그리고 저녁 때 또 술.

금요일 아침, 결국 탈이 났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무탈을 기대했다면 거짓말이다.

앉지도 눕지도 못한 채 하루를 그저 끙끙거리며 보냈다.

토요일을 기대했다. 누가 뭐라해도 북한산을 가자.

그러나 몸탈은 깊었다. 산을 오르며, 그리고 산 속에서는 좀 맑아졌지만,

내려오니 마찬가지다. 목욕을 해도 먹먹하고.

 

 

                                                                                (호수공원의 아침 무렵)

 

호수공원 두 바퀴 채,

지쳤다. 걸을 수가 없다. 땀은 흐르고 다리도 아프고.

다리 아래 쉼터에 주저 앉았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그리고 먹고 싶은 게 떠 올랐다.

마두역 버스 정류장 가는 곳에 있는 도너츠 집의,

베이컨과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 한잔.

또 있다. 싱싱한 오징어 무침. 양파와 무우, 마늘이 듬뿍 들어간 오징어 무침.

귀 속 MP3에서는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뱃노래 중 무슨 무슨 이중창이 나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그 멜로디를 따라하고 있었다.

가자, 가자 어서 빨리 집으로. 샌드위치는 포기했다.

 

집 앞 수퍼마켓.

싱싱한 오징어 두 마리, 무우, 달콤한 크림빵, 식초, 그리고 각종 야채.

먼저 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잘 썰어 소금에 재운다.

그리고 양파 두개를 갈고 무우 채를 썰어 놓는다.

마늘과 청양고추도 깨끗히 씻어 준비해 놓는다.

간이 들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달콤한 크림빵 하나 먹으며 '진품명품'을 본다.

 

나는 싱싱하게 잘 버무러진 오징어 무침 먹을 생각만 하고 있다.

맛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쯤 내 몸도 살아날 것이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돈다.

 

 

 

 

                                             (호수공원 갈대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