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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오리 찜
    먹 거리 2022. 8. 24. 07:52

    아내가 일전에 냉장고에서 자꾸 무슨 쿰쿰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내는 그리고는 친구들과 두타산휴양림으로 휴가가고 없다.
    오늘 혼자 집에서 이것저것 끼니를 때우려 냉장고를 연신 여닫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쿰쿰하고 쾌쾌한 냄새가 난다.
    그 정체가 무엇인가고 뒤졌더니 바로 이 거였다. 가오리 찜.
    아니 이게 왜 냉장고에 들어있었던 것일까.
    더듬어보는 생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사와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었는데 깜빡 까먹고 있었던 가오리 찜이었다.

    지난 주말 구기동에서 친구들과 한잔하고 집으로 오다,
    연신내 연서시장 ‘경선집’에서 사온 것이다.
    지난 13일 비오는 날, 후배와 그 집에서 이걸 시켜 먹고는 그 맛에 혹했다.
    그날 먹다 남은 그 가오리 찜을 ‘경선집’ 할머니가 정성껏 싸줬고, 그걸 집에 갖고 와서는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는 남은 가오리 찜에다 돼지고기 수육까지 덤으로 챙겨 주었다.
    그 집 가오리 찜을 먹고난 후 그 맛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래서 아예 작심을 하고 그날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면서 그 집에 들러 가오리 찜을 사왔던 것이다.

    정성스레 쌓여진 포장을 열어보니 양이 꽤 된다.
    2인 분을 산 것 같은데 할머니는 그에다 또 돼지고기 수육까지 챙겨주셨다.
    냉장상태인 가오리 찜을 한 젓가락 했다. 도톰한 살과 부드러운 물렁뼈,
    알싸한 가오리 특유의 향이 양념과 어우러지는 맛이 역시 좋다.
    게다가 양도 푸짐하니 밥 반찬에 술 안주로 얼추 두세 번 먹어도 되겠다.
    그러니 각중에 부자가 된 느낌이다.

    가오리 찜은 고향 마산의 향수가 깃든 생선요리다.
    어릴 적 어머니가 저녁답에 정지에서 달그락거리며 장만해 준 가오리 찜의 맛은 지금 생각해봐도 일품이었다.
    어린 나이 그때, 어머니의 그 가오리 찜 맛에 술을 떠올렸다면 거짓말일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껏 술을 즐겨하는 것과 어릴 때 먹던 가오리 찜이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고있다.

    90 중반의 어머니는 지금 대구에 계신다.
    어제 동생으로부터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을 졸이며 예후를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리 아프시지는 않고, 열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오늘 저녁 가오리 찜에다 소주 한잔을 한다면 그건 필시 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 핑계대는 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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