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it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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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 그리고...obituary 2022. 12. 28. 08:27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선생이 별세했다는 소식에 개인적으로 솔직히 저으기 당황스럽다. 물론 추모하는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어떤 추모의 염으로 가닥을 잡을 것인가가 나로서는 쉽지않다는 것이다. 1970년대 말 ‘난쏘공’을 읽었다. 읽은 계기는 조세희 작가를 그 전에 좀 알고있었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말하자면 당시 그 소설에 대한 문학적, 사회적인 평가에 편승해 나도 모르게 휩쌓였던 측면이 있다. 작가적인 면에서도 그 무렵 윤흥길이나 신상웅, 조해일 등의 소설을 즐겨보던 시절이라 같은 일군의 작가로 조 작가선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래서 ‘난쏘공’을 읽긴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로서는 딱히 당시 평론에서 평가하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재미, 혹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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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선생 別世obituary 2022. 10. 5. 08:32
김동길 선생께서 94세를 일기로 어제 밤 별세하셨습니다. 오늘 아침 이 소식을 접하니 황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영욕의 세월을 감당하셨지만, 우리 지성의 상징이었던 어른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제 모든 것 다 잊으시고 평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강조했듯,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선생의 갑작스런 부음을 접하고, 문득 선생이 10여년 전인 2011년 5월에 써 놓으신 유서가 생각나 꺼내 읽어봅니다. 그 유서에서 진즉 언급하신대로 선생의 시신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기증될 것이니, 선생은 마지막까지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유서의 마지막 대목에서 선생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과 함께 익살스러우면서도 깊이가 따르던 선생의 여러 유머를 떠 올리게 합니다. "...나는 죽은 뒤에도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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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위로 날다'의 루이스 플레처(Louis Fletcher) 別世 at 88obituary 2022. 9. 25. 08:30
1975년 '뻐꾸기 동지 위로 날다(One Flew Over a Cuckoo's Nest)'에서 간호원 래치트(Ratched) 역을 맡아, 잭 니콜슨과 함께 인상깊은 명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루이스 플레처(Louis Fletcher), 그녀가 88세를 일기로 지난 23일 별세했다. 88세 생일이 지난 7월 23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뒤늦게나마 명복을 빈다. "The great Louis Fletcher, Academy-award winning actress for her bone-chilling role of Nurse Ratched in ONE FLEW OVER A CUCKOO'S NEST (1975), has passed at the age of 88. The Sam P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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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國 다이애나 왕세자비 25周忌obituary 2022. 8. 31. 08:49
오늘이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자동사고로 세상을 떠난 날이군요. 1997년이니 벌써 25년이 흘렀습니다. 그 때 정말 세계가 떠들썩 했지요. 다이애나가 머물던 런던 켄싱턴 궁 앞에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화 꽃다발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던 게 생각납니다. 그 무렵 저는 마침 유럽 출장 중 런던에 있었습니다. 켄싱턴 궁 앞울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https://sangji1951.tistory.com/909 (8. 31) 다이애나 왕세자비, 자동차사고로 사망 at 36(1997) Princess Diana(1961-1997) 8월 31일 오늘은, 24년 전인 1997년 ‘만민의 공주(People's Princess)’로 회자되던 '웨일스 공주(Princess of Wales)' 다이애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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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육영수 여사 忌日’에 떠올려지는 황망한 죽음 하나obituary 2022. 8. 15. 10:15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저격에 의해 별세한 게 1974년 8월15일이다. 나는 그때 군복무 중으로, 파주 광탄 1사단사령부 통신보급소 서무계로 있었다. 그날 육 여사 피격을 PX에서 TV로 직접 봤다.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고, 그날 하루 종일 그 여파로 인한 이런 저런 생각에 힘이 들었다. 사건 며칠 후인가, 야간 철조망 보초근무를 나간 게 밤 10시 경이다. 낮으막한 언덕배기 초소에 서면 가까이에 있는 벽제공동묘지가 어둔 밤중이라도 눈에 들어왔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공동묘지가 눈에 더 잘 환하게 들어오는 듯 했다. 참 이상하다는 생각에 공동묘지 쪽을 외면하곤 했었는데 잘 되질 않았다.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도 이상하게 공동묘지가 내 눈을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교대시간은 아직 많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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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송해 선생과의 짤막한 한 추억obituary 2022. 6. 9. 14:34
예전 2000년도 초반 종로 3가 뒷골목에 ‘목포집’이라는 식당 겸 주점이 있었다. 목포 아주머니가 전라도 특유의 솜씨로 각가지 조리의 홍어를 내놓는데, 맛이 있어서 손님들이 많았다. 한 대여섯 명 앉으면 꽉차는 좁은 집이었는데, 아주머니는 그 집에서 돈을 벌어 지금은 옛 피카디리 극장 곁 골목 큰 집으로 옮겨갔다. 당시 언론재단 강사로 있으면서 강의 후 기진맥진하면 기력 보충 차원에서 그 집의 ‘홍어애탕’을 먹으러 자주 가곤했는데, 간혹 곁들여진 한잔 술이 밤 늦도록 이어지곤 했다. ‘목포집’은 내가 드나들기에 송구스러울 정도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 단골이 많아, 느지막한 저녁 무렵이면 한잔 술에 취한 어르신들이 부르는 흘러간 옛노래가 골목 안에 가득하곤 했다. 이런 어르신들의 취향에 맞게 기타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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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芝河 시인 別世에 부쳐obituary 2022. 5. 9. 10:06
김지하 시인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문득 시인의 체취가 그리워 꺼내 본 시인의 육필원고. 2008년 가을, 일산의 한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내 손에 잡혀준 것이다. 우리는 그때 길거리 벤치에 앉아 마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시인은 나의 고향인 마산과 이런저런 인연이 깊다. 1970년대 초중반, 유신정권에 의해 강제 연금을 당한 곳이 마산의 결핵요양소다. 그 무렵 밤이면 요양소 담을 넘어 시내로 나오면 그 때 대학 1, 2학년이던 우리들과 만나 술을 마시곤 했다. 옛 얘기들을 꺼내 나누면서 추억에 젖으며 함께 많이 웃었다. 시인은 그 무렵 술이 취하면 '설악왕국'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설악왕국'의 마지막 왕손이라면서 그 증표를 꺼냈다. 깨어진 면경이었다. 우리 후배들은 그때 시인의 그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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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 맞서다 숨진 러시아 여기자, 옥사나 바울리나(Oksana Baulina)obituary 2022. 3. 25. 12:02
푸틴의 독재권력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맹렬히 비난해왔던 러시아 여기자 옥사나 바울리나(Oksana Baulina; 42) 바울리나(42)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취재하던 중 러시아의 포격을 받아 23일 숨졌다. 바울리나는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쇼핑센터를 촬영하던 중 함께 있던 다른 민간인 한 명과 함께 숨졌다. Oksana Baulina(1980-2022) 러시아 독립 언론사인 '인사이더' 소속의 바울리나는 ‘타임아웃 모스크바’와 ‘인스타일’ 등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푸틴의 정적인 야당 지도자 알렉산더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 재단에서 프로듀서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쓰는 등 푸틴의 독재권력에 맞서온 맹렬 여기자로,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되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