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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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북한산 산행 二題즐거운 세상 2022. 5. 29. 13:37
이런 걸 조우(遭遇, encounter)라 할 것이다. 어제 북한산 산행에서 한 친구를 고등학교 졸업 후 반세기가 지나 만난 것이다. 우연이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하나의 잘 짜여진 각본 같았다. 우리들이 사모바위 인근에서 요기를 할 장소를 찾아 사모바위 위 쪽의 참한 바위 아래로 내려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바로 곁에서 동기친구 둘이 자리를 펴고 앉아서 요기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흡사 만나기로 약속해 만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앉아있는 둘 중의 왼쪽 친구가 박석환으로, 1970년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나로서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이 친구는 중학교도 함께 다녔는데, 둘이서 얘기를 나누며 기억을 모아본 바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때 6반 같은 반으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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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쉐레이 암반수 사우나’즐거운 세상 2022. 5. 22. 18:25
구기동 ‘쉐레이 사우나.’ 어제 2년 여만에 들러 목욕을 했다. 거기서 목욕을 했다는 건, 그러니까 2년여 만에 처음 목욕탕이라는 곳을 가 목욕을 했다는 얘기다. 여기 사우나는 우리 북한산 산행친구들이 근 20년 간 이용해오던 곳인데, 코로나로 지난 2년여 간 발길을 끊었었다. 코로나 방역조치가 풀어지면서 우리 북한산 산행친구들 사이에 하산 후 사우나를 가자는 의견이 솔솔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더 강해서 각자 개인별로 알아서 하자고 했고, 그러는 사이 지난 몇 주간 한 두어 친구가 거기서 사우나를 했다. 나는 어제 산행이 출발부터 좀 힘들었다. 그래서 포금정사지에서 사모바위까지의 산행을 포기하고 먼저 내려왔다. 그리고 들린 곳이 사우나. 애시당초 염두에 두고있던 사우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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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백구두'즐거운 세상 2022. 5. 20. 14:59
오늘 아침, 한 어르신 분이 흰색 ‘백구두’를 신고 나오셨다. 고령이지만, 입성이 워낙 곱고 이채로워 시선을 많이 받으시는 분인데, 오늘은 하얀 양복에 백구두 차림이라 단연 화제에 올랐다. 요즘이야 누가 ‘백구두’를 신을 사람들이 있을란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여름날 멋쟁이의 상징이 바로 ‘백구두 신사’였다. 물론 이에는 약간의 부정적인 시선도 없잖아 있기도 해 ‘백구두 신사’라는 호칭이 그렇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다. 어르신 말씀으로는 이제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닌데다, 이런 신발, 이런 복장으로 다니는 게 편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차림이 인생 황혼기, 다시 못올 전성시대를 다시 한번 만끽해보는 계기로의 느낌도 든다고 했다. 말문을 여신 어르신이 내가 ‘백구두’를 지적하자 표정이 바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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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에서즐거운 세상 2022. 3. 3. 13:39
소래포구.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오랜 만에 오니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작은 시골 어시장 같았던 곳이었는데, 사람도 많고, 아파트도 빽빽이 들어서고, 도로도 넓직하게 뚤려있고… 완전히 달라졌다. 바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지경으로 복잡하다. 옛 정취가 사라진 것에는 좀 실망스러웠으나, 모든 게 다 변하는 세상에 소래라고 옛날 그대로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인천 사는 친구의 초대로 많이들 모였다. 마산중학교 동기들이다. 까까머리의 소년들이 이제 70 나이를 넘긴 노인들로 앉았다. 앉자마자 시작된 술판은 길게 이어졌다. 횟집에서 싱싱한 주꾸미와 새조개를 안주삼아 마시다 길거리 막걸리 잔술로까지 이어졌다. 일부는 가고 나머지는 중국집에서 빼갈로 마무리했다. 조그마한 ‘사고’가 생겼다. 두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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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北漢山 산행즐거운 세상 2021. 12. 26. 15:06
아침 온도 영하 15도. 엄동혹한의 북한산 산행이다. 불광동 장미공원에서 탕춘대 암문 쪽 둘렛길을 오른다. 추운 날씨 탓에 산행객이 드문드문 하다. 데크길을 오르는데, 추위 때문에 잔뜩 움추려진다. 배낭 대신 숄더 백을 걸쳤다. 며칠 전 온 눈으로 산길이 미끄러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젠을 챙겼다. 하지만 산길은 미끄럽지 않았다. 눈도 그 사이 다 녹았다. 하늘은 파란 에머랄드 빛이다. 강추위 속의 하늘은 흡사 파란 유리쟁반 같다. 손가락으로만 톡 쳐도 "쨍그렁!"하고 깨질 것 같다. 탕춘대 암문엔 약속시간보다 20여분 일찍 도착했다. 여기서 상명대에서 올라오는 친구들과 합류한다. 추위 때문에 20여분을 기다릴 수가 없다. 친구들에게 먼저 오른다는 메시지를 띄우고 홀로 오른다. 친구들과는 예전 매표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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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북한산과 '조니워커 블루' 한 잔즐거운 세상 2021. 10. 31. 07:46
30일 북한산 산행. 모종의 '프로젝트' 때문에 연 2주 째 북한산 산행도 몸 만들기 중심으로 집중. 불광동 장미공원에서 붙어 탕춘대 암문에서 친구들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오름. 아무리 중대한 프로젝트라지만, 눈에 들어오는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북한산 단풍을 무시하고 그냥 오를 수는 없어 몇몇 단풍조망이 좋은 곳에서는 잠시 쉬어가기도 했음. 그런 관계로 지난 주에는 비봉능선까지 2시간 걸렸는데, 오늘은 2시간 15분이 걸림. 비봉능선 상에서 혼자 40여 분 기다리다 친구들과 합류. 오늘은 모처럼 안무영 회장이 나와 반가웠음. 사모바위 인근에서 옹기종기들 앉아 요기를 하는데, 안 회장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 우리들을 놀라게 함.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니워커 블루 한병이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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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GG즐거운 세상 2021. 9. 2. 07:40
GSGG로 써놓고 무려 7번을 고쳤다. Government Serve General G로 고쳤다가, Government Serves General G로 고쳤다. 3인칭 단수에 s가 붙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고 고친 것이다. 이게 또 Government Serves General Good으로 고쳐졌다. G를 추미애가 Good이라 한 것이다. 7번을 고쳤지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영어의 대가도 모를 것이다. 왜 '개새끼'의 영어식 표기 약자를 이런 식으로 추잡, 조잡하게 고쳤던 것이니까. 그러니까 또 어떤 민주당 떨거지가 이번에는 이렇게 고친다. Government Serves General Good Will. 이건 고친 게 아니라 will이란 단어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이렇게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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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北漢山 산행즐거운 세상 2021. 8. 29. 11:17
어제 토요일 북한산 산행. 끝물 더위 맹위가 대단한, 온도 상으로는 24도 정도였으나 후텁지근한 게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비오듯 했다. 결국 사모바위까지는 포기하고 포금정사 터까지만 오르고 내려왔다. 산행 중의 씰데없는(?) 토론이 더위를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 한 친구가 말이 많아진 건 분명 더위 탓이렸다 ㅎ. 코로나에 대한 견해를 개진하는데, 듣기에 앞뒤가 맞질 않다. 집단면역을 자꾸 강조하는 것 같아, 그런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했더니 자기 주장을 강변한다. 그 목소리 큰 강변을 듣다 못한 어느 산행객이 한마디 건네면서 그 토론은 흐지부지 됐다. 그 산행객이 집단면역 논리를 차분하게 잠 재우면서 내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산 길에 다른 한 친구가 이준석 옹호론을 폈다. 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