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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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 찜먹 거리 2022. 8. 24. 07:52
아내가 일전에 냉장고에서 자꾸 무슨 쿰쿰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아내는 그리고는 친구들과 두타산휴양림으로 휴가가고 없다. 오늘 혼자 집에서 이것저것 끼니를 때우려 냉장고를 연신 여닫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쿰쿰하고 쾌쾌한 냄새가 난다. 그 정체가 무엇인가고 뒤졌더니 바로 이 거였다. 가오리 찜. 아니 이게 왜 냉장고에 들어있었던 것일까. 더듬어보는 생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사와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었는데 깜빡 까먹고 있었던 가오리 찜이었다. 지난 주말 구기동에서 친구들과 한잔하고 집으로 오다, 연신내 연서시장 ‘경선집’에서 사온 것이다. 지난 13일 비오는 날, 후배와 그 집에서 이걸 시켜 먹고는 그 맛에 혹했다. 그날 먹다 남은 그 가오리 찜을 ‘경선집’ 할머니가 정성껏 싸줬고,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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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충무로 '사랑방칼국수'먹 거리 2022. 8. 9. 11:09
며칠 간 내리는 비 때문에 집에 있으니 평소 나답지 않게 TV 많이 본다. 3년 전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에 충무로 쪽이 나온다. 충무로는 예전에 사무실이 그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1981년부터 1990년까지 10년을 삐댄 곳이다. ’백반기행 ‘ 충무로 편을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재미있다. ‘사랑방칼국수’라는 곳은 내가 근 십년을 다닌 충무로의 맛집이다. 이즈음도 어쩌다 충무로를 나가면 들리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집을 갈 때면 그 집 여주인이 좀 궁금했었다. 내 또래 같기도 하면서도 그 남편 되시는 분과 견줘보면 어째 한참 젊게 보이는 것이 그래서 도대체 나이가 얼마나 될까하는 것이었는데, 어제 이 방송을 통해 그걸 안 것이다. 그러니까 방송에서 정확하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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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회먹 거리 2022. 7. 16. 09:56
어제 김포 대명포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먹은 밴댕이 회. 밴댕이가 그리 크지않은 생선이라, 이를 회로 뜨면 그 두께가 몹시 얇아 사실 씹을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입안에서 포만감은 별로 없다. 그래도 밴댕이 회를 많이 찾는 것은 순전히 씹을 수록 우러나는 고소한 맛 때문이다. 밴댕이는 특히 6, 7월에 맛이 좋다. 나로서는 밴댕이는 회보다 젓갈이 훨씬 입에 익다. 강화도 순무와 함께 삭힌 밴댕이 그 맛은 지금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추운 겨울, 마니산 등산을 한 후 대명포구로 와 순무밴댕이 젓갈에 입에 시린 찬 소주 한잔 걸치면 추위가 달아나곤 했다. 김 훈이 쓴 ‘남한산성’에 밴댕이가 나온다. 인조가 병조호란으로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면서 남은 식량과 먹거리 재고 조사를 하는데, 밴댕이 젓갈 한 단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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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이색적인 맛집, ‘짬뽕드실분…’먹 거리 2022. 7. 12. 12:48
가게 이름이 좀 길다. 서술형에 가깝다. 이름하여 ’짬뽕드실 분 & 자장면도.’ 어제 아내랑 양평 사는 친구에게 갔다가 들린 집인데, 가게 이름만큼이나 이색적인 중국식당이다. 이른바 중국집이라는 데서 서리태 콩국수를 주 메뉴로 내걸고있는 것도 그렇고. 많이 와봤던 친구내외가 꼽고 주문한 음식은 3가지, 짱뽕과 콩국수, 그리고 탕수육. 탕수육은 이를테면 소주 안주로 시킨 것인데, 지금껏 먹어본 탕수육과는 맛이 전혀 딴판이다. 우선 고기가 크고 굵직하고 부드럽다. 찰흑미와 생고기를 재료로 한 것인데, 튀긴 것 같지가 않고 버무린 느낌이라 그런지 식감이 아주 부드러웠고, 씹을 때 입안이 찰 정도의 포만감을 준다. 게다가 소스 맛도 내 입에는 좋다. 군더더기가 없는 상큼한 맛이라,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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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맛집,' 구례 '이가식당'먹 거리 2022. 6. 11. 10:06
구례 ‘이가식당.’ 장거리 산행에 있어 먹거리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우리들의 지리산 종주산행에 있어 최소한 먹고자는 문제 하나 만은 믿는 구석이 있다. 중산리를 기점으로 했을 때, 아니면 구례를 출발점으로 했을 경우에 대비한 방안이 경험을 축적으로 마련돼있기 때문이다. 이번 3박4일 간의 종주산행은 10번 째로, 구례에서 일박 후 출발했다. 구례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식사를 해결한 곳이 바로 구례의 ‘이가식당’이다. 이 집 아주머니는 우리와 아주 친숙하다. 수년 째 지리산을 갈 적마다 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구례에 도착한 3일 저녁을 여기서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산행에 무리가 가지않는 범위 내에서 술도 한잔들 마셨다. 내려가기 전 미리 주문한 음식은 민물매운탕과 묵은지닭볶음, 그리고 돼지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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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김밥먹 거리 2022. 4. 24. 14:19
팔불출 같은 얘기 하나 해 보자. 아내는 음식을 잘 하는 편이다. 잘 한다는 것은 맛도 있지만, 후딱 잘 만들어 치운다는 뜻도 있다. 내 생각이다. 단 조건이 붙는다. 마음이 동해야 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 나가고 집안 일 하느라 물론 시간이 없는 것도, 내가 먹고 싶어하는 먹 거리를 만들어 달라고 '염치' 없이 닥달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그런 이유가 있다해도, 어떤 형태로든 하고잡아 하는 '動'한 마음이 있어야 움직이고 만든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어제 토요일, 나더러 아파트에 장 서면 싱싱한 계란 반판만 사 놓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김밥 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웬일인가 했더니, 나가 사는 작은 놈 갖다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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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牛 스지먹 거리 2022. 4. 10. 07:46
어제 토요일, 경동시장 장보러 가서 사온 한우 스지. 원래 그런 계획, 그러니까 스지를 사 먹을 생각이 아니었다. 그런데, 푸줏간을 지나다 하도 싱싱한 게 있길래 그냥 막무가내로 담아온 것이다. 1kg 12,000원이니 다른 부위에 비해 저렴하다. 나는 소고기의 여러 부위 가운데 유달리 스지, 그것도 한우 스지를 특히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스지는 우리 집 제사 상의 탕국거리여서 입에 익숙하긴 했지만 썩 즐겨먹지는 않았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그게 입에 당겨지는 것이었다. 아마도 어릴 적 제사를 떠올리게 하는 향수의 먹거리여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가끔씩 스지 만을 별도로 사서 먹는다. 아내도 스지에 대한 나의 기호감을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보더니만, 언제부터인가 동조하는 입장이다. 아내도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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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는 '자유'먹 거리 2022. 2. 22. 14:14
햄버거를 마주하고 앉았다. 폼으로 그저 갖다놓지 않았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이다. 프랭크 베이컨치즈 버거. 마두동 거리를 지나는데, 먹음직스런 햄버거 광고판을 내걸고 있는 가게 앞을 몇번이고 서성거렸다. 들어갈까, 말까. 결국 햄버거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 먹지 마시오. 병원에서 말했다. 한 1년 역삼동 사무실을 나가면서 점심을 거의 햄버거로 때운 결과는 고혈압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먹질 않았다. 그랬더니 혈압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몸이 다시 어느 정도 그러니 햄버거가 다시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햄버거는 ‘자유’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1994년 모스크바에 맥도널드 1호점이 열렸다. 줄을 서서 사 먹으려는데, 한 무리 집시들이 우르르 나왔다. 저마다들 손에 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