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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하나 얻어 신었습니다.
아들녀석에게서 입니다.
신고있던 구두가 닳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상하게도 구두가 자꾸 헐렁해지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침엔 꽉 끼면서 작은 느낌을 주는데,
오후, 저녁이 되면 헐렁해지는 것입니다.
그 구두는 마누라가 사준 것이었는데,
그래서 며칠 전에 그 얘기를 했지요.
그 구두 어디서 샀느냐.
헐렁해지는 것 빼고 다 좋다.
거기서 새로 하나 사야겠다.
대충 이런 얘기를 했는데,
엊저녁, 큰 얘가 구두를 사온 것이지요.
그 것도 좀 비싼 K 브랜드의 것으로요.
웬 구두냐고 했더니, 그냥 나간 김에 산 것이랍니다.
직장생활에 바쁜 큰 얘가 어찌 나의 '구두사정'을 알았을까요.
아무래도 마누라가 사단을 벌인 것 같습니다.
마누라에게 눈길을 줬더니, 그냥 외면하면서
구두가 맞니, 안 맞니 하면서 딴 청을 부립니다.
언젠가 마누라가 한 말이 퍼뜩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해준다고 할 적에는 모른 척하고 다 받는 게 좋십니더.
아이에게 고맙기는 고마운데,
할 말이 딱히 생각이 나질 않습디다.
얼마고, 얼마짜리냐고만 물었고, 아이는 그냥 웃기만 하고.
결국 '용기'를 내 한마디 했습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