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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마산역(北馬山驛)'
    추억 속으로 2020. 4. 21. 11:39

     

    몇 해를 짠

    무명을 팔아

     

    손주놈 장가를 보낸다고

    그저 좋아서

     

    혼자서 중얼거리는

    함안댁이랑

     

    딸년 자미사 저고리를 사서

    몹시도 장한 듯이

     

    껴안고 버젓이 웃음짓는

    의령 할아버지랑

     

    모를 사람들끼리

    알 수 없는 사람들끼리

     

    호젓이 타오르는

    초담배 연기 속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북마산역(北馬山驛)

    (김세익, '북마산역')

     

     

     

     

     

     

     

    김세익(1924~1995) 선생은 함경북도에서 출생. 연희대학교 영문과를 거쳐 1949년 3월부터 1960년 12월까지 약 10년간 마산여자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했다.

    1960년 9월에는 필자와 더불어 마산문학인협회 창설에 주도적으로 참여. 김춘수 회장을 중심으로 김수돈 정진업 등과 마산문단의 기초를 다지는데 밑거름 역할을 했다.

    중학교 4학년 때 전국 글짓기 현상모집에 장원으로 뽑힌 게 인연이 되어 ‘문학중병’에 걸리면서 마침내 그것은 내 숙명이 되어버렸다고 술회했다.

    1953년 마산여고 재직시 시집 ‘석류’를 내고 김춘수 씨와 함께 당시 마산의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이나 다름없던 ‘전원’찻집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하숙집 앞마당에 석류나무가 있었는데 여름이 되더니 빨간 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그리고 터졌다. ‘누나야 석류꽃이 피었습니다’는 그 무렵의 시였고 첫 시집 ‘석류’도 이런 사연에서 꾸며진 것’임을 저자는 자신의 유고집 ‘낙우송(落雨松)’에서 적고 있다.

    김춘수는 이 시집 발문에서 ‘김세익 씨와는 2년 전 전원다방에서 구상 시인을 통해 인사를 했으며 氏의 시 일언일구가 향수에의 애틋한 눈짓’이라고 화답했다.

    이 시집은 제1부 ‘향수기’ 제2부 ‘임진강’으로 편집되어 있으며 마산과 관련된 시편들로는 ‘진동리에서’ ‘북마산역’ ‘완월폭포’ ‘합포만’ 등이 있다.

    ‘31세의 나이로 외로움 속에서 살다 간 누님에게 바친다’는 저자의 후기대로 시의 첫 구절도 ‘누나야 석류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된다.

    ‘누나가 가신 날에 / 잎사귀마다 그늘지어 / 그때같이 그때같이 / 석류꽃이 피었습니다’라고 갈무리되고 있다. 이 시집 역시 마산시 완월동 소재 평민인쇄소에서 만들어졌고 총판도 당시 마산시 창동 시민극장 아래쪽에 있다. ‘백영당서점’이었다는 사실이 이 시집 말미에 각인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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