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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老人들을 위한 '꽃보다 할배' vs.'Last Vegas'
    추억 속으로 2020. 6. 22. 11:56

    모건 프리먼(81), 로버트 드 니로(77), 케빈 클라인(73), 마이클 더글라스(76). 모두들 헐리웃을 풍미했던, 아니 지금도 하고 있는 글로벌 명배우들이다. 모건 프리먼 하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가 떠오른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지방을 배경으로 돈 많고 완고한 유대계 미망인의 중후하면서도 자존심 강한 흑인 운전기사 역이 압권이었다. 로버트 드 니로도 새삼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연기자다. 마침 며칠 전 한 주말 방송에 그의 대표작인 '디어 헌터'가 재방돼 젊었을 적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케빈 클라인은 앞의 두 배우보다는 젊지만, 각기 헐리웃을 대표하는 배우로 손색이 없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들 네 배우의 공통점은 나이가 많다는 점에서 헐리웃에서는 ‘할배’ 격이다. 그러나 각자 독특한 캐릭터로 최고의 출연료를 호가하는 명배우다.

     

    이들 헐리웃 원로배우들이 한 영화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다. 2014년에 제작된 '라스트 베가스(Last Vegas)'라는 영화인데, 이미 추억의 영화가 돼가고 있다. 당시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으로서는 대단한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영화는 헐리웃 영화의 산실인 '라스베이거스'에 이들이 헐리웃의 원로라는 점에서 이곳에 대한 회고적 의미를 더한 '라스트'라는 단어를 합성해 패러디한 것이다. 영화는 네 명의 죽마고우가 노년에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 물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칠순에 접어든 이들이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한바탕 파티를 벌이는 무대가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나왔던 '버킷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노인들의 삶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무기력한 일상, 잦은 병치레, 약해져 가는 몸은 공통적이다. 이들은 이 노년여행에서 비키니 콘테스트와 나이트클럽을 찾아 젊은이들 사이에 파묻히고, 카지노에서 연금을 판돈으로 걸고 자신의 운을 시험하며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절정을 맛보려 한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 게 채워질까. 그럴수록 늙어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허망감과 불안을 느낀다. 영화는 노년의 삶이 궁극적으로 단순한 쾌감에 의해 어떤 답을 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보다는 정신적인 그 무엇이 노년의 삶을 그나마 더 풍요롭고 안정되게 한다. 쾌락과 청춘의 활력을 맛보고자 하는 노력은 이들에게는 공허함만 주는 것이고, 그런 공허함 속에 더 절실히 간구되는 것은 사람들 간의 정, 즉 人情이라는 말이다.

    영화의 이런 메시지는 이들 친구들 간에 여러 감정사로 맺혔던 우정이 회복되고, 아내에 대한 새삼스런 사랑을 느끼고, 젊은이에게 인생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 어른의 모습이 담긴 장면들에서 느껴진다. 영화는 물론 개성 강한 이들 네 명배우가 펼치는 익살과 해학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가 너무 질펀해 식상함을 준다는 평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재미있다. 우리 시대 언제 헐리웃의 이런 명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해 연기를 펼치는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었다. '꽃보다 할배'라는 텔리비전 픽처다. 그러니 '라스트 베가스'는 헐리웃 판 '꽃보다 할배'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꽃보다 할배'가 1년 빠른 2013년에 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또 이런 관점에선 헐리웃의 '라스트 베가스'가 '꽃보다 할배'의 콘셉트를 원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같은 할배라고 하지만 우리 할배들 나이가 훨씬 많다. 당시 헐리웃 할배들 나이를 합하니 280세였다. 우리는 이순재 79, 신구 78, 박근형 74, 백일섭 70 해서 합이 301세였다.

    '꽃보다 할배'는 노인들의 '황혼의 배낭여행'을 통한 여정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일종의 '로드 무비'다. 재미도 있으면서 건전하고 깊은 사고의 노년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영화의 콘셉트는 물론 차이가 있다. 그러나 큰 차이는 아니고 양의 동서라는 관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헐리웃이나 한국이나 할배들을 주연으로 한 이런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노인이 즐겁지 않은 나라는 즐겁고 행복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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