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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호퍼의 '푸른 저녁(Soir Bleu)'(1914)컬 렉 션 2020. 7. 29. 08:43
'푸른 저녁(Soir Bleu)'
미국 뉴욕 출신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1914년 작품(Oil on Canvas).
프랑스 파리의 어느 카페에 앉아들 있는 각기 다른 존재들의 모습과 표정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짙은 화장의 매춘부, 하얀 분장을 한 광대, 군복 차림의 군인, 긴 수염에 담배를 입에 문 보헤미안, 그리고 도도한 모습으로 어떤 교감에도 인색해 보이는 귀족 등입니다. 이들은 같은 카페에 앉았지만, 대화는 없습니다. 각자들의 생각에 몰두하면서 서로간의 교감을 멀리하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호퍼는 이 그림을 통해 같은 존재인 인간들 끼리지만, 그 속에서 서로 이질감을 느끼는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 군상을 나타내려 한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은 그림의 제목이 호퍼의 작품 들 중 프랑스 어로 돼 있다는 점에서, 호퍼가 파리에 머물다 1910년 그의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온 후, 파리 생활을 떠 올리며 그린 그림으로 보입니다. '푸른 저녁(Soir Bleu)'이라는 타이틀 처럼 푸른 빛을 배경으로 한 것이 인간의 고독과 소외감을 더 절실하게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퍼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지만, 그의 현실에 대한 안목은 지극히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것으로, 작품의 소재도 주로 텅빈 도시의 공허한 풍경이라든가 고립된 인간 존재들입니다. 호퍼는 이런 소재들로 자신의 관점을 평이하지만 의미있는 화법으로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사실주의적 작품은, 화가로서의 사실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보는 것, 보여지는 것을 문자 그대로 또는 사진을 찍듯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작가의 해석적 표현이 담겨져 있어야 함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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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제 동생이 호퍼의 그림을 아주 좋아합니다. 시를 쓰고있는 동생은 호퍼의 그림을 주제로 한 시집도 냈지요(2014년). 얼마 전 대구에서 만났더니 역시 호퍼의 그림에 사로잡혀 있습디다.
아래 글은 동생이 호퍼의 이 '푸른 저녁(Soir Bleu)'을 소재로 삼아 2014년에 쓴 글입니다.
시 제목도 역시 '푸른 저녁(Soi Bleu)' 입니다.
날고 있지만 그 자리다 네가 떠나고
떠난 그 자리
며칠째 죽은 아버지와 친구들이 앉았다
옛날같은 환한 얼굴들이다
몇 번째였을까 그들은
물어도 대답없이 웃기만 한다
푸른 대기 속, 누가 날 물수제비 떴을까
한 번, 두 번...수면을 치고
다시 허공에 멈춘 몸
이번엔 가라앉을까 다시 찰까
몇 번을 더 버틸 힘일까
다시 떨어진다
온몸 내딛어 밟았을 때 저 물
떠받히거나 튕기지 않고 수줍게 제 몸 열면
먼 길 가는 낙타 같던 네 눈빛
다시 볼 수 있을까
지금은 내 몸이 푸른 저녁에 닿는 순간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
화장하고 담배 피우며
가볍게 취한 담소를 나누지만
-김영근 시집 '호퍼 씨의 일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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