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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ngry Ear> - 먹거리에 바치는 맛있는 앤쏠로지볼 거 리 2020. 12. 16. 13:08
우리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먹거리와 詩. 이 양자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언뜻 식사를 하면서 주절거리는 것 쯤으로 치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윈스턴 처칠이 식사자리에서 가끔 농담조로 했다는 "음식에 주제가 없어"라는 말에서 유추해보듯, 먹거리와 그에 담긴 의미 쯤의 관계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미국의 신세대 시인 케빈 영(Kevin Young)이 편집해 펴낸 이 책, '더 헝그리 이어(The Hungry Ear)'는 먹거리를 통해 쓰여진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와 먹거리는 여러 측면에서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자연스러운 관계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 조각의 빵 앞에서 올리는 기도가 그렇고, 음식을 파는 거리 행상인들의 노래에서도 시와 먹거리가 맞닿아져 있는 게 아닌가고 묻고있다.
시는 사람들의 영혼을 도닥거리는 한편으로 맛 있는 한끼 식사와도 같다. 좋은 시를 크게 소리내어 낭독할 때는 입을 즐겁게 한다. 특히 먹거리를 노래하는 시는 그 만족과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먹고 마시는 먹거리(food and drinking)와 관련해 저명한 시인이 쓴 시 158편이 선정돼 수록됀 이 책의 각 페이지에는 먹거리가 우리들에게 주는 포만과 즐거움, 그리고 식재료에 대한 다양한 감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 바다로부터 잡혀와 지금은 피츠버그에서 죽은 채, 삶은 감자 곁에 놓여있는..." 이라는, 생선에 대한 미안감을 표현한 빌리 콜린스(Billy Collins)의 시도 게재돼 있다. 이와 함께 먹거리의 배경이 되는 수퍼마킷이나 쇼핑센터에서의 느낌을 담은 시, 이를테면 앨런 긴스버그(Allen Ginsberg)의 '캘리포니아 수퍼마킷(Supermarket in California)' 같은 시들도 수록돼 있다.
이 책을 통해 먹거리는 그 본질과 문화적인 측면에서 먹거리 그 이상의 것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사회적. 문화적 일상은 끼니로 채워지고 있으며, 각 계절에는 그에 맞는 문화적 축제의 음식들로 즐긴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봄에 심어 가을에 추수하는 곡식들로 우리들은 따뜻하게 요리를 해서 먹는다. 먹거리는 우리들을 먹여살리면서 문화적 포만감의 만족도 더 해 준다.
이 책의 시들은 블랙베리, 버터, 바베큐 등 먹거리 그 자체에 관한 것이기도 하며 그 먹거리를 둘러싼 여러 얘기들을 읊은 것들이다. 또 한편으로 먹거리 식재료를 소재로 한 음식 맛의 경험들을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그 먹거리와 먹거리 주변들의 시 속에서 우리들은 여러 것들을 추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먹거리를 소재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던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연상시킨다. 영화에서 먹거리는 그저 생존을 위한 수단 이상의 것이다. 인간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게 하고 사랑과 화해의 매개가 된다. 그리고 가난한 영혼에 따스함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맛있는 영화'이다. 이 책도 '맛있는 책'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158편의 시가 소개된 이 책에는 시를 쓴 여러 시인들이 등장하고 있다.엘리자베스 알렉산더, 엘리자베스 비숍, 빌리 콜린즈, 마크 도티, 로버트 프로스트, 앨런 긴스버그, 루이스 글룩, 시무스 히니, 토니 호그랜드, 랭스턴 휴즈, 갤웨이 킨넬, 프랭크 오하라, 샤론 올든, 매리 올리버, 애드린느 리치, 테오도어 로스케, 머튜 로허러, 찰스 시믹, 트래이시 K. 스미스, 게르트루드 슈타인, 월레스 스티븐스, 마크 스트랜드, 그리고 저자인 케빈 영 등이다.
먹거리와 시는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귀와는 약간 거리가 멀다는 것인가. 케빈 영은 그래서 책 제목을 'The Hungry Ear'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케빈 영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 후 브라운 대학에서 인문학 마스터 과정(Master of Fine Arts)을 거친 미국의 촉망받는 시인으로, 현재까지 모두 7권의 시집을 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 '아든시 앤 디어 다크니스(Ardency and Dear Darkness)'가 있다. 지난 해 미국의 베스트 시를 모은 앤쏠로지 'The Best American Poetry 2011'의 편저자이기도 한 케빈 영은 현재 에모리 대학 영문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면서 대학의 '레이몬드 다노우스키 詩 도서관'의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Bloomsbury Publishing $18.00(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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