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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한창 입맛 돋우는 갯가재, 혹은 '딱새'먹 거리 2021. 4. 14. 09:40
바다를 낀 따뜻한 남쪽의 마산은 예부터 해산물이 풍부하던 고장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입에 익숙해진 것은 각가지 해산물이다. 해산물에 익숙한 입맛은 좀 까다롭다. 사철 소고기 등 육고기만 먹는 입과는 다르다. 그래서 마산 사람들은 예로부터 제철 해산물을 고집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을 전어가 그렇고 봄도다리 쑥국 등이 그렇다.
도다리 쑥국 철이 지나 봄이 흐드러질 무렵 이곳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게 있다. 바로 '딱새'다. 갑골 새우과에 속하는 딱새를, 이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까재,' 그러니까 가재로 불렀다. 그러다 해산물 분포와 구분이 세분화되면서 갯가재로 불린다.
딱새는 마산 외 지역인 거제나 통영 등지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딱새는 '딱새우'의 줄임말로 보인다. '딱'이 들어가는 이유는 이 가재들이 잡아 올려져 무리지어 있을 때 "딱, 딱"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가재가 스스로 몸을 구부려 자신의 위 아래 몸을 부닥칠 때 "딱, 딱"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또 이 가재는 쏙의 일종인데, 쏙과 똑 같이 닮았다고 해 '똑쏙'이라고도 부르다 딱새로 변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쏙과 관련해서는 이 가재가 '쏙가재'라고도 불리는데서 아무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딱새는 4-5월이 제 철이다. 이 시절이 딱 마츰맞은 시절이다. 마산에 딱새를 먹기위해 내려 온 것은 아니지만, 딱새가 제 철인 만큼 반드시 먹고가라며 친구와 선배가 이끈다.오후 늦게 선창가로 갔더니 어물전에 딱새가 눈에 안 띈다. 선창가에서 건어물상을 하는 선배 동기 말로는 아침 일찍 선창가 어판장에 나와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의 입맛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어디 어디로 가 보아라. 혹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그리 찾아갔더니 정말 딱 한 곳에 딱새가 있었다. 펄펄 살아 뛰는 싱싱한 딱새다. 1kg에 2만원인데, 바구니에 가재를 담는 아주머니의 손도 넉넉하고 푸지다. 2kg을 샀다. 선창가를 버리고 선배가 잘 가는 인근의 한 식당에 들고 갔다.
식당은 바빴지만, 그 집 아주머니는 우리 만큼이나 딱새를 반긴다. 막걸리 두어 병 비웠을 때 알맞게 쪄진 딱새가 나왔다. 푸짐했다. 좀 남겨놓고 가져 온 게 대충 보아 대략 30여 마리는 되는 것 같다. 남겨놓은 것은 다른 선배 한 분을 위한 것이다. 딱새는 먹기에 좀 까다롭다. 잘 까야하기 때문인데, 그 게 만만찮다.
그래서 우리들은 어릴 적 그냥 통채로 베어물고는 그냥 자근자근 씹어 먹었다. 바위라도 갈 만큼 싱싱하고 강건했던 이빨의 시절이 아니던가. 지금은 그렇게 먹을 수는 없고 그냥 대충 껍질을 까고는 골라 씹는다. 산란기라지만 알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알배기는 입안을 풍성하게 한다. 짭쪼록한 갯 내음이 확 풍기는 고향의 맛이다. 어릴 적에는 된장찌게로도 많이 해 먹었다. 구수한 된장과 딱새 특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그 맛은 일품이었다. 그러고보니 딱새 된장찌게를 먹은지도 오래 된다. 바쁜 그 식당에서 딱새 된장찌게까지를 바란다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욕심을 접었다.
선배 한 분이 더 오시고 남은 딱새가 또 나왔다. 막걸리와 딱새, 그리고 선배와 친구. 모두 고향들이다. 모처럼 푸짐하고 맛 있는 고향의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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