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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 오징어 회
    먹 거리 2021. 7. 12. 10:56

    한동안 잘 잡히지 않았던 동해 오징어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래서 동해안 항.포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을 며칠 전 들었다.

    어제 대구에서 여동생 차를 타고 올라오다 평촌역에서 이 동네 사는 후배를 만났다. 여동생은 산본에 사는데, 후배 만난다니까 나를 금정역에서 내려주었고, 거기서 두 정거장 거리의 평촌역에서 후배를 만난 것이다. 딴에는 평촌 부근까지 왔는데, 후배 얼굴 안 보고 가면 섭섭해 할 것이라는 핑계였지만, 사실 그저께 대구에서 마신 술의 여파가 해장술을 당긴 측면이 있다. 후배랑 적당히 한잔하고 싶었던 것이다. 

     

    평촌역에서 후배랑 어디를 갈까를 놓고 뜸을 들이다 문득 골목 어귀, 눈에 들어오는 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크게 '오징어'라고 써 붙인 플래가드다. 그걸 보며 문득 오징어가 풍어라는 생각이 나 그곳을 가자고 했고, 후배도 별 이의없이 따라주었다.

    가게는 깔끔했고, 일요일 한낮인데도 제법 손님들이 있었다. 방역 QR코드 체크를 하고 자리를 잡고 오징어 회를 주문했다. 헌데 종업원 아가씨가 난색이다. 오징어가 없다는 것이다. 오징어 파는 집에 왜 오징어가 없냐고 했더니, 아직 오징어 차가 들어오질 않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두 말 없이 그 집을 나와 걷고있는데, 갑작스레 누군가 뒤에서 부른다. 돌아보니 그 집 종업원 아가씨다. 그 아가씨가 뛰어나와 뒤에서 소리 치는 것이다. "왔어요, 왔어요, 오징어 지금 막 들어왔어요!"

    그 말 듣고 안 갈 수가 있겠는가. 그 종업원아가씨의 성의도 그렇고. 다시 가게로 가니 가게 앞에 과연 강원도에서 온 오징어 탱크차에서 막 오징어를 내리고 있었다. 동해 바다에서 막 실려온 싱싱한 오징어다. 싱싱한 갈색의 생물 오징어를 정말 오랜 만에 본다. 두 말할 것 없이 오징어 회를 주문했다. 후배는 그에다 전복회까지 추가했다.

    오징어 회가 나왔다. 회로 나오면서 오징어는 그 때까지도 펄펄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일단 한 젓가락 듬뿍 집어 초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오징어 회다. 나름 오징어 회 먹는 방법이 있다. 한 젓가락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오징어를 집는 것이다. 입에서 포만감이 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 입 가득한 싱싱한 오징어 회는 그리 많이 씹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부드럽다는 얘기다. 너무 잘게 썰어진 오징어보다는 덤썩 덤썩 썰어 나온 걸 좋아한다. 그 역시 포만감을 더하기 위한 것이다.

    반주를 뭘로할까로 후배랑 얘기를 나누다 찬 청하로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막고 마시는데, 청하 한 병이 글라스 잔으로 딱 두잔 나온다. 그러니 그냥 마시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후배랑 정했다. 다섯병만 마시자고. 청하를 다섯병 마실 때까지도 오징어 회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싱싱한 오징어를 애써 뛰어나와 우리로 하여금 먹게해 준 종업원아가씨가 고마워 팁 만원을 줬다. 전복회도 싱싱하고 좋았고 초고추장 맛도 좋았다.

     

    싱싱한 오징어를 오랜 만에 맛보면서 나름 계획 하나를 세웠다. 생물오징어를 무우와 양파, 다진 마늘로 무쳐먹는 것이다. 예전에 손수 그렇게 해서 질리도록 많이 먹었는데, 그 동안 오징어가 귀해서 몇년을 먹질 못했다. 오징어가 풍어라니 동네 어물전에도 생물 오징어가 들어와 있을 것이니 그걸로 무침을 해 먹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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