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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이한 일
    村 學 究 2021. 10. 3. 10:54

    가끔 뭘 잘 잃어먹는다.

    알고서 그러질 않으니 부지불식이다.

    그러면서 그냥 그러려니하고 체념한다.

    어제도 뭘 잃어먹었다. 그런데 그냥 체념이 안 된다.

    나로서는 참 기이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산에서 내려와 친구들과 '삼각산'에 앉았다.

    나는 자리를 잡은 후 땀에 절은 모자와 수건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생각 중이었다.

    화장실에서 씻은 후 수건을 그냥 앉은 자리에서 말릴까,

    아니면 그냥 배낭에 넣어 버릴까를 궁리 중이다가 친구들이 연이어 화장실로 가는 걸 보고

    그냥 배낭에 모자와 수건을 집어 넣었다.

     

    종업원이 우리들 자리가 마땅찮다며 좋은 자리로 옮기도록 배려를 해 주었다.

    옮긴 자리에서 문득 모자와 수건 생각이 나 배낭을 열어 보았더니, 그것들이 보이질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샅샅이 뒤졌으나 없었다.

    원래 자리에 떨구고 온 게 아닌가 싶어 그 자리로 가도 없었다.

    하도 이상해 친구들에게 그 애길했더니,

    내가 원래부터 모자를 쓰지 않았고 수건도 갖고있질 않다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나는 물론 그렇지 않다며 친구들의 그 말을 농담으로 치부했다.

     

    친구들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도 자꾸 모자와 수건 생각이 나

    배낭을 몇번이고 열어보곤 했다.

    잘 아는 가게 종업원에게도 물론 그 얘기를 했고,

    그 분은 나름 내 원래 자리와 그 주변, 심지어 화장실까지 가서 찾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줬다.

    하지만 모자와 수건은 어디에고 없었다.

     

    오늘 아침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배낭을 뒤져보았지만 허사였다.

    아침까지도 무엇에 홀린 기분이다.

     

    기이한 일은 또 있다.

    친구들과 '삼각산'을 나와 맥주 입가심하러 갔는데, 그 부분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맥주집에서 나와 친구들과 헤어진 것만 생각이 날 뿐,

    잘 알고지내는 맥주집 사장 선배와 오랜만에 만난 것을 포함해

    친구들과 맥주집에서 무슨 얘길 나누고 어떡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몽땅 사라져버린 것이다.

     

    술 탓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어제는 그리 많이 마시지도 않았다.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친구들의 죽음 등 무거운 얘기들을 친구들과 나눴었기에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정말 모를 일이다.

     

    이런 황당한 얘기를 오늘 아침 SNS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이런 조언을 해줍니다.

    聖 안토니오(Saint Anthony)에게 매달려보라는 것입니다.

    정말 그래라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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