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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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과 술세상사는 이야기 2021. 12. 29. 15:06
새벽녁 잠자리에서 눈이 뜨진 건 목과 입안이 말랐기 때문이다. 엊저녁 모처럼 마신 술 탓이고, 그래서 냉장고를 몇번 왔다갔다 했다. 날이 밝기 전이라 거실은 어두웠다. 어둠에 익숙해지려 눈을 몇 차례 껌뻑이고 있었다. 그때 미명의 창밖을 배경으로 붉으스레한 그 무엇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 생각과 동시에 아 그렇지 蘭꽃이지 하는 자문자답이 동시에 이뤄졌다. 어둠 속에서 보는 붉은 난꽃은 뭐로 형용하기가 어려웠다. 깊고 어두운 심해에서 홀로 빛을 발하는 산호초 같다는 느낌이랄까. 꽃망울을 틔운 저 난과 입사귀가 무성한 난, 두 개의 난은 어제 친구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냥 받은 게 아니다. 친구는 술자리에 앉자마자 술값은 나더러 거의 '반강제적(?)'으로 떠밀었고 그래서 내가 술값을 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