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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 시 기 臨 死 談
    村 學 究 2011. 2. 8. 13:24

     

    정초부터 뭔가 심상찮다.

    5일 산에서 미끄러져 뒤로 자빠졌다.

    승가사 쪽으로 내려오면서다.

    미끄러질 수 있다.

    날이 풀리니 얼어있던 산길이 녹으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미끄러지는 그 순간의 기분이 영 게운치 않다는 것이다.

    어, 어 하다가 슬그머니 미끄러져서는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한 4, 5 미터를 그냥 주저 앉은 채 흙탕밭을 내려가다

    뒤로 발랑 넘어진 것이다.

    그 찰라의 기분이 찜찜하다는 것이다.

    미끄러지면서 기분 좋을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전에 미끄러졌을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의 그 것이었다.

    흡사 무슨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

    그 떨어지는 모습이 무슨 슬로 비디오 마냥 내가 본다는 느낌.

    아, 이렇게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느낌.

    내려오면서 친구들에게는 순발력이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미끄러진 창피감을 캄풀라지 한다고 했지만,

    내심 영 찜찜했다.

     

    인사동에서 전화.

    인천 선배가 나들이를 한 것이다.

    으스름한 저녁 무렵, 허름한 식당에 자리를 잡고 마셨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되자. 선배는 이 말을 수도 없이 했다.

    죽림칠현?

    세상을 등지고 대나무 밭에 들어가 살자는 얘기인가.

    맥주집에서 입가심을 하고 헤어졌다.

    선배는 인천가는 1호선, 나는 3호선.

    눈을 뜨니 한 정거장 지나친 백석역.

    그래도 얼마나 양호한가. 암만.

    역을 나오니 멀리 집이 보인다. 집으로 이어지는 하얀 길.

    수도 없이 걸었던 길, 그러나 왜 이리 생소해 보이는가.

    엠피쓰리에선 계속 나미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계속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종로에서부터였던가.

    투덜투덜 걷는다.

    길은 외길, 그런데 뿌옇게 보인다. 앞 거리 가늠이 잘 안 된다.

    왜 그럴까하고 느끼는 순간, 나는 길 오른편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 어 하면서 넘어지는데 그 모습이 느린 속도로 보여지는 것이다.

    검은 하늘에 별이 보였다. 길 옆 개골창에 반듯이 누운 내 모습이 또 보인다.

    무슨 생각이 있었을까.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바람이었을까.

    뭔가 파노라마처럼 뒷골을 확 스쳐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그 상태로 얼마를 누워 있었을까.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을 들게해준 건 나미의 노래였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옷을 털어야지 하는데 털 수가 없다.

    그렇게 집으로 갔다.

     

    내 환갑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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