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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curiosity 2022. 8. 22. 10:37
예전에 교수신문 다닐 적에 해외신간 소개를 맡아했다.
2013년 3월, 미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로 하버드 교수로 있던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 박사가
자신이 죽었다가 7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얘기를 적은 ‘프루프 오브 헤븐(Proof of Heaven)’이라는
책을 낸 것을 아마존에서 보고 그걸 짤막하게 소개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이븐 박사의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에 관한 기록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건 물론 아니다. 아마존에 리뷰 형식으로 간략하게 소개되고있는 것을 본 것 뿐이다.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있던 나로서는 무척 흥미롭게 읽었는데,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게 있었다.
그 기사를 내 보내고 얼마 후 나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다.
사무실 바로 위층 치과엘 갔다가 거기서 쓰러진 것이다.
발치를 하려 마취주사를 맞은 후 바로 쇼크가 왔고, 그게 패혈증 쇼크로 이어진 것이다.
나는 바로 119에 실려 근처의 가장 가까운 고대구로병원으로 이송됐다.
쓰러지기 전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었고 극심한 오한이 왔었다는 것 외에 다른 기억은 전혀 없다.
응급실에서 눈을 뜬 것은 그날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병원으로 이송된 후 거의 10시간이 지난 후였고,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아내와 큰 아이가 울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눈을 뜨면서 한 말이 아내를 슬퍼게했다는 건 후에 알았다.
내가 한 말은 이랬다. “왜 나를 깨웠느냐”는 것.
내가 이 말을 한 이유가 있다. 그 무의식의 시간이 그렇게도 편할 수가 없었는데 괜히 살리느라 깨움으로써
그 안온하고 편안한 나만의 세계를 앗아가버린데 대한 일말의 원망감을 느꼈던 것이 그런 말로 나온 것이다.
그런 무의식의 세계가 그렇게도 편안하고 좋았다는 얘기를 한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고있던 아내는 나의 그 말에 어이없어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나의 그런 무의식의 세계가 편안하고 좋았던 건 분명하다. 나로서는 그게 나름의 ‘근사체험’이라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왜 그렇게 좋고 편안했던지에 관해서는 나는 모른다. 알 수가 없다. 다만 막연한 느낌으로 그랬다는 것이고,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그 어둠의 세계 속에 있었서도 거기서 뭘 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말 그대로 ‘블랙아웃(blackout)’ 상태였던 것이다.
의식은 없지만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임사’ 내지는 ‘근사’ 상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름 죽음을 체험했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다.
그 연장선에서 나는 죽음은 곧 편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됐고,
그로써 죽음은 그렇게 두려워할 게 아니라는 나름의 관점의 싹을 튀우게 됐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 ‘임사’ 내지는 ‘근사’에 관심이 많았었기에 나로서는 그걸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인데,
그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없었던 게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그러다 그날 새벽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고, 10여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그 병원에서는 패혈증 중증으로 그리도 무난하게 나아 퇴원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그 비슷한 시기, ‘신바람 웃음박사’로 인기를 끌고있던 황수관 박사가 나와 같은 패혈증으로 별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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