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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카(FOCA),' 80년 된 프랑스 라이카 카피 카메라
    컬 렉 션 2022. 12. 24. 12:45

    버리려 창고 한 쪽 구석에 쳐박아둔 옛날 카메라 케이스박스에서 이게 나왔다.

    언제 그 속에 넣어 놓았는지 기억에 없다. 프랑스에서 라이카를 흉내내 만든,

    그러니까 프랑스의 라이카 카피(French Leica copy) 카메라인 ’포카(FOCA).‘

    1945년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시리즈로 만들어져 출시된 35mm

    랜지파인더 카메라로 유럽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많았다.

    렌즈는 오플라(Oplar) 50cm/f. 3.5.

    이 카메라는 시리즈 중 1947년에 출시된 two-star PF2B 모델이다.

     

    상태는 외양이나 작동 공히 안 좋다. 외피는 떨어져 나갔고 크롬 바디엔 세월의 흔적이 녹아있다.

    그런데 언뜻 그렇게 보이지만,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녹처럼 보이는 부분은 외피가 떨어져 나간 흔적들이어서 닦아낼 수가 있다.

    벗겨진 외피도 거의 대부분 남아있다. 장치들 중 크롬이 일부 부식된 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근 80년 세월의 연조를 감안하면 그런대로 괜찮다.

    파손됐거나 큰 스크래치도 없다. 작동도 그렇다.

    셔터 와인딩도 처음엔 잘 되질 않다가 몇 번 반복하니 잘 돌아간다.

    셔터도 저속을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잘 터진다. 렌즈도 코팅도 살아있고 그런대로 깨끗하다.

    포커싱, 그러니까 랜지파인딩은 안 된다. 전문적으로 손을 봐야할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셔터 막(curtain)이 망가진 것인데,

    이 또한 세월의 연륜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다. 교체하면 될 일이다.

    나름으로 계산을 해 보면 셔터 막을 교체하고 외피도 입힌다.

    그리고 닦고(clean), 기름치고(lubricate), 조정하는(adjust) 적당한 수준의 CLA,

    즉 오버홀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80년이 된 이 카메라도 새롭게 태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월요일 충무로로 가져나가 손을 볼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old-camera guy’로 되돌아가나 보다.

    한동안 어쨌든 올드 카메라에서 멀어져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즘들어 자꾸 그 쪽을 뒤돌아보고 챙기고있는 나를 은연 중에 발견한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러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1990년대 말 신문사를 나와 어쩌다 만지게 되다 빠져들게 됐고 그러면서

    이게 한 때 호구지책일 적도 있었다는 것, 그런데 그걸 어느 날 이제 그만하자며

    쾌도난마 식으로 모르는 척 인연을 끊기로 하고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건 다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이다.

    끊으려면 아예 자취나 흔적을 지워 없애야 했다. 그걸 못한 게 하나의 빌미일 수도 있겠다.

    집 구석 어디를 뒤지면 그것들이나 그 흔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만지고 다듬게 되고 하다보니 한동안 사라졌던 감정과 감흥이 다시 일게되고

    그러면서 나는 다시 거기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채곤 한다.

    그래서 어쩔 것인지에 대한 답, 그걸 나는 모른다.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아마 나는 그걸 이미 알고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질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미 스스로 마음으로 몸에 사역하고 있으니...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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