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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 후배들이 부럽다컬 렉 션 2019. 11. 7. 08:10
몇몇 고등학교 후배들이 나를 부럽게 혹은 부끄럽게 한다. 이들은 펄펄 날아 지리산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나는 그 소식을 한 며칠 간 새벽 이부자리 속에서 접하고 있었다. 후배들의 지리산 종주는 예사 종주가 아닌,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이른바 '화대종주'다. 장장 100 여리에 달하는 그 코스를 오르고 걸으며 후배들은 그 소식을 릴레이 식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오늘 새벽 한 후배는 종주의 완결편으로 치밭목 대피소를 얘기하고 있는데, 그 소식이 나를 그곳 치밭목 대피소로 안내하고 있다. 2000년 6월인가, 치밭목대피소에서 이틀 간 머무른 적이 있다. 대피소를 지키는 민병태 선생을 취재하느라 그랬는데, 그 이틀이 나에게는 지리산을 온전하게 느끼게 하는 원천이었다.
새벽녘에 장방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대피소를 휘- 감돌아 가는 소리는 원시의 울음 그 자체였다. 민 선생이 새벽에 대피소 부근에서 손수 딴 버섯을 왕소금 몇 알 넣고 끓인 버섯탕은 지리산 그대로의 맛이었고. 그 후 두어 차례 그 쪽으로 하산하다 민 선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후배의 글을 접하면서 문득 민 선생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언제 다시 한번 만나야 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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