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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 이모부의 'Cozy Album'
    컬 렉 션 2019. 11. 8. 12:17

    어제 한 권의 책이 배달돼 왔다. 용인 수지 사시는 처 막내 이모부 님이 보내신 것이다. 꽤 두툼한 게 언뜻 펼쳐보니 그림들이 많다. 이모부 님이 그린 그림들이다. 이 분이 그림을 하셨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은퇴 후 취미생활로 그리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이모부 님의 그림들로 채워진 책이니 화집(畵集)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살펴 봤더니 그림도 있고, 한 편의 꽤 길게 쓴 에세이도 있고, 이모 님 등 가족사진도 있다. 그러니 이 책은 화집을 겸한 일종의 회고적인 가족 앨범이지 않나 싶었다. 표지 타이틀을 그래서 'cozy album'이라 한 것 같다. 책 뒤 표지에 ' - 나의 삶. 사랑'이라는 소제목이 있는 것도 그렇고.

    오늘 아침 이모부 님의 그 앨범을 좀 더 자세하게 보았다. 그림은 수채화들인데,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상당히 공을 들여 잘 그린 것 같다. '세계 평화미술대전 특선' 등 책에 쓰여진 수상경력도 만만치 않다. 그림들은 주로 일상 속에 접하는 일상의 풍경들인데, 채색의 조화가 아주 좋다는 느낌이다. 해외 풍경 그림들도 있다. 아내가 한 그림을 반긴다. 아내가 지난 4월 프랑스 남불 여행 때 찍은 사진을 이모에게 줬더니 그린 것 같다고 했다. 해외 풍경 그림은 다른 관점에서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책 보낸 것에 대한 고마움도 표할 겸 이모부 님에게 전화를 했다. 정말 오랜 만이다. 이모부 님은 자꾸 그림 쪽 얘기는 피하고 오랜만이라며 안부만 묻는다. 하지만 그림 얘기를 안 할 수가 있을까. 중학교 때 미술반을 했지만, 그 후 그림은 접었다. 은퇴 후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었고 그래서 몇년 전부터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림이 좋다고 했더니, 좋아하시면서 한 마디 보탠다. 아내가 좋아하지...

    그림을 감상하다 책 맨 끝에 게재된 한 편의 글에 눈이 갔다. '고향을 그리며'라는 에세이인데, '어머니의 뽕브라'라는 부제가 붙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글에 빠져 들었다. 내용인즉 40년을 수절하신 어머님의 왼쪽 가슴에 관한 글인데, 글 속에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여있는 게 감동을 준다. 환갑 무렵에 젖가슴을 나쁜 병으로 들어낸 어머님이 돌아가시기까지 근 20여년 간을 '뽕브라'로 캄플라주 해 온 걸 몰랐다는 자식으로서의 회한과 그리움을 담은 글이다.

    처 이모부 님과는 왕래가 거의 없다. 수년 전 처가에 무슨 일이 있을 때 한번 뵙고는 거의 잊다시피 하고 지냈다.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전자신문에 계실 적에 몇번 충무로 쪽에서 만나 소줏 잔을 기울인 적도 있지만, 그저 그리 서로들 덤덤하게 지내온 것이다. 아내와 이모는 장모 님과 함께 자주 만나는데 그저 그걸로 안부를 대신할 뿐이다. 용인 수지에서 나오기 쉬운 양재 역 근방에서 한번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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