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1.31 03:17
지도자급이라면 작년 가을 광화문에 끝없이 모여들던
사람과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봐야…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작년 10월 광화문 집회 뒤 전광훈 목사를 인터뷰했을 때다. 늦게 도착한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출발하려는데 취재진이 빙 둘러쌌다. 내가 스타가 됐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다 나를 보겠다며 온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 화가 나서 광화문에 몰려나왔지 목사님을 보러 나온 것은 아니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
"적어도 80%는 나를 보러 나왔다."
"분노하는 국민을 위해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해라.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파국이 시작된다."
그 뒤 광화문 집회가 '교회 부흥회'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렇다 해도 문재인 정권에 화난 사람들은 광화문 집회가 아니면 달리 표출할 데가 없었다. 전 목사는 보수의 중심인물이 됐다. 공개적으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고 주위에는 칭송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광화문 집회 인파는 특정 개인이나 정파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됐다. 그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이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치려는 것뿐이다. 세속 정치에 대한 욕심은 털끝만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전광훈 목사와 손잡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신당을 창당한다. '광장 중심, 투쟁 중심, 태극기 중심, 박근혜 탄핵 반대, 문재인 정권 반대' 등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금 와서 당을 만드는 것은 실상 딱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그동안 밀어줬고 같은 편으로 여겼던 황교안 대표가 자기들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소위 '탄핵 역적' 유승민 의원과 통합하고 광화문 투쟁 세력인 자신들을 소외시키려는 흐름에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선명한 우파 정당'의 창당에는 몇몇 태극기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극단적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도 바람을 잡고 있다. 나라의 앞날은 불확실하고 훨씬 더 급박한 과제들에 직면해 있는데, 이들은 여전히 '탄핵 행적'부터 따진다. 이 잣대에 따라 '애국 세력' '부역 세력' 여부를 판정한다. 탄핵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탄핵의 강을 넘어서자'는 말에는 자신들을 모욕하는 것처럼 분개한다.
이들의 신념은 존중받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서 바뀔 리 없다. 다만 요즘 보수층이 가장 열광하는 '문재인 정권 공격수' 진중권씨가 얼마 전 올린 글을 한번 봤으면 한다. '탄핵 이후 보수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결국 그들에게 발목을 잡혀 개혁에 실패하고 말았죠. 그런 의미에서 태극기 부대야말로 문재인 정권을 지탱해주는 최대의 버팀목입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그들이 보수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친문 헤게모니도 영원할 겁니다.'
평상시라면 박근혜 탄핵을 갖고 따지든 통합 논의에서 의석수 지분을 갖고 싸우든 상관없다. 김문수당 같은 신당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생겨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 사람들의 열불 나는 마음,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외면하는 정말 파렴치한 짓이 된다.
아무리 글과 말로써 비판해본들 광화문 광장에서 주말마다 외쳐본들, 문재인 정권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이 정해놓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향해 질주할 뿐이다. 삭발·단식투쟁을 해봐도 국회에서는 공수처법·연동형비례제·검경수사권조정법 등 통과될 것은 다 통과됐다.
정권의 폭주를 보면 막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눈뜨고 당하는 처지가 됐나. 언론 비판이 아직 부족해서 거리 투쟁 강도가 약해서 안하무인의 정권이 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장투쟁이나 폭동을 할 것인가. 광화문 집회에 나온 일반 서민도 답을 안다. '더 이상 막을 힘이 없고 내게는 다만 한 표(票)밖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선거제도 안에서 표로써 막는 길밖에 없다.
더 많은 표를 얻고 이들의 표를 분산시키지 않으려면 보수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한다.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 정권에 맞서 가장 힘들게 싸웠지만, 현실에서는 직장인이나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배타적 신념이 오히려 문재인 정권의 유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뜻이다. 그 대의 앞에서 작은 차이를 너무 따져서는 안 된다. 지금은 또 하나의 당을 새로 만들거나 자기 정파의 의석 지분을 계산할 때가 아니다. 그럴듯한 정치적 명분이나 이유로 포장하면서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잔수는 국민 눈에 금방 보인다.
명색이 지도자급이라면 작년 가을 광화문에 끝없이 모여들던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 자신은 과연 이들만큼이나 나라를 걱정해본 적이 있는지 꼭 돌아보길 바란다.
"출발하려는데 취재진이 빙 둘러쌌다. 내가 스타가 됐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다 나를 보겠다며 온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 화가 나서 광화문에 몰려나왔지 목사님을 보러 나온 것은 아니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
"적어도 80%는 나를 보러 나왔다."
"분노하는 국민을 위해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해라.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파국이 시작된다."
그 뒤 광화문 집회가 '교회 부흥회'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렇다 해도 문재인 정권에 화난 사람들은 광화문 집회가 아니면 달리 표출할 데가 없었다. 전 목사는 보수의 중심인물이 됐다. 공개적으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고 주위에는 칭송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광화문 집회 인파는 특정 개인이나 정파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됐다. 그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을 때 이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치려는 것뿐이다. 세속 정치에 대한 욕심은 털끝만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전광훈 목사와 손잡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신당을 창당한다. '광장 중심, 투쟁 중심, 태극기 중심, 박근혜 탄핵 반대, 문재인 정권 반대' 등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금 와서 당을 만드는 것은 실상 딱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그동안 밀어줬고 같은 편으로 여겼던 황교안 대표가 자기들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소위 '탄핵 역적' 유승민 의원과 통합하고 광화문 투쟁 세력인 자신들을 소외시키려는 흐름에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운 '선명한 우파 정당'의 창당에는 몇몇 태극기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극단적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도 바람을 잡고 있다. 나라의 앞날은 불확실하고 훨씬 더 급박한 과제들에 직면해 있는데, 이들은 여전히 '탄핵 행적'부터 따진다. 이 잣대에 따라 '애국 세력' '부역 세력' 여부를 판정한다. 탄핵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탄핵의 강을 넘어서자'는 말에는 자신들을 모욕하는 것처럼 분개한다.
이들의 신념은 존중받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서 바뀔 리 없다. 다만 요즘 보수층이 가장 열광하는 '문재인 정권 공격수' 진중권씨가 얼마 전 올린 글을 한번 봤으면 한다. '탄핵 이후 보수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결국 그들에게 발목을 잡혀 개혁에 실패하고 말았죠. 그런 의미에서 태극기 부대야말로 문재인 정권을 지탱해주는 최대의 버팀목입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그들이 보수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친문 헤게모니도 영원할 겁니다.'
평상시라면 박근혜 탄핵을 갖고 따지든 통합 논의에서 의석수 지분을 갖고 싸우든 상관없다. 김문수당 같은 신당이 선거를 눈앞에 두고 생겨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 사람들의 열불 나는 마음,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외면하는 정말 파렴치한 짓이 된다.
아무리 글과 말로써 비판해본들 광화문 광장에서 주말마다 외쳐본들, 문재인 정권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이 정해놓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를 향해 질주할 뿐이다. 삭발·단식투쟁을 해봐도 국회에서는 공수처법·연동형비례제·검경수사권조정법 등 통과될 것은 다 통과됐다.
정권의 폭주를 보면 막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눈뜨고 당하는 처지가 됐나. 언론 비판이 아직 부족해서 거리 투쟁 강도가 약해서 안하무인의 정권이 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장투쟁이나 폭동을 할 것인가. 광화문 집회에 나온 일반 서민도 답을 안다. '더 이상 막을 힘이 없고 내게는 다만 한 표(票)밖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선거제도 안에서 표로써 막는 길밖에 없다.
더 많은 표를 얻고 이들의 표를 분산시키지 않으려면 보수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한다.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 정권에 맞서 가장 힘들게 싸웠지만, 현실에서는 직장인이나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배타적 신념이 오히려 문재인 정권의 유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뜻이다. 그 대의 앞에서 작은 차이를 너무 따져서는 안
명색이 지도자급이라면 작년 가을 광화문에 끝없이 모여들던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 자신은 과연 이들만큼이나 나라를 걱정해본 적이 있는지 꼭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