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겨울 太白山 산행
    컬 렉 션 2020. 2. 2. 10:33
    아무래도 겨울이 제답지 못한 것 같아 눈을 만나러 어제 강원도 태백산으로 갔습니다. 눈 실컷 보고 눈길 실컷 걸었습니다. 태백산은 순백의 눈 천지에 사람 천지였습니다. 유일사 쪽으로 해서 천제단 오르는 길은 어느 지점에서 부터 사람들로 재밍이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덕분(?)으로 좀 살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잘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왜 그리 유독 힘이 드는지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태로 쉬며쉬며 뒤에 축 처져 갔는데 그 나마 그 지점에서 거의 정지 상태로 오르는 바람에 나의 허약성이 캄풀라쥬가 되었다는 얘기이지요.
    쉬 지치고 힘이드는 까닭을 알게된 건 천제단 얼마 못미쳐였습니다. 아이젠을 감은 신발로 눈 산을 오를 적에 발이 뒤로 미끌어지는 걸 감당키 어려우니 힘이 드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 걸 커버해주는 게 스틱이라는 상식적인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은 그 후이지요. 그래서 어제 태백산 적설 산행에서 등산 지팡이인 스틱의 효용성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무리 눈길이라도 오를 적에는 스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견지해 왔었는데, 그게 쓸데없는 자존심의 구닥다리 고집이었습니다. 아무튼 폼 삼아 매고 간 스틱의 효용성을 좀 봤습니다.
    겨울 태백산을 간 것에는 일종의 센티멘털리즘도 좀 있었습니다. 태백산은 2, 30년 전에는 많이 갔습니다. 태백산 뿐 아니라 그 인근의 함백산이나 영월의 장산 등도 겨울철에 많이 다녔습니다. 그 시절의 그 때 기분을 좀 느껴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그 때의 기억이나 추억을 소환해 보려해도 잘 되질 않았습니다.
    장군봉에서 바라다 뵈는 저멀리 눈 덮힌 함백산 능선과 연봉들에서 잠시 그런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함백산을 내려가면 淨巖寺가 나옵니다. 어느 겨울 아침 함백산을 내려 와 그 절에 들렀을 때 새벽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젊은 스님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막연하나마 山僧생활을 동경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옛 기억들이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참 묘한 기분이었고 한편으로 씁쓸했습니다. 그 또한 아무래도 나이 탓인 것 같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