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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白 '將進酒'의 '使'자와 '把'자컬 렉 션 2020. 2. 9. 15:19
오랜 만에 '고문진보(古文眞寶)'를 들춰본다. 李白의 將進酒를 보기 위함이다. 옛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 구절 씩 읽어나가는데, 어느 구절에서 뭔가 이상하다. 읽음에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뭔가 걸리는 것이다. 옛날에 읽던 글자아닌 게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분명 '부릴 使'자 였는데, '잡을 把'자로 나와있다. 그러니까 '막사금준공대월(莫使金樽空對月'이었던 구절이 '막파(把)금준공대월'로 돼 있는 것이다.
옛날에 읽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자였을 때 해석은 이렇다. "금 술잔을 달빛 아래서는 비워놓지 말라." 근데 잡을 '파'로 된 이 구절의 해석은 이렇게 돼 있다. "금 술잔 잡고 부질없이 달을 대하지 말라." 글자가 바뀌니 해석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물론 어느 글자이든 술에 대한 예찬이니 그 뜻에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글 맛은 아무래도 李太白의 詩라 낭만적인 관점에서 '사'자로 해 읽는 게 '파'자 보다 낫지 않은가 싶다. 우리들은 옛 그 시절 그 구절을 영어로 만들어 읊고들 했다. Do not let the golden glass empty under the moon light 하면서...
그건 그렇다 치고 같은 시에 글자가 바뀌는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 들춰 본 고문진보는 비교적 근년에 이계황 선생이 주관하는 '전통문화연구원'에서 펴낸 것으로, 성백효 선생이 편저자로 돼 있다. 이계황, 성백효 선생 모두 명망 높은 분이다. 예전에 읽었던 고문진보는 1965년 을유문고 판이다. 소설가였던 崔仁旭선생이 엮은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고문진보 중에서는 거의 효시로 꼽히는 책이다.
왜 글자가 바뀌었을까 하는 의문에 검색을 해 봤더니 그 구절의 그 글자는 전부 '사'자로 나온다. 그럼 성백효 선생은 왜 그걸 '파'자로 했을까.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인데, 그걸 한번 알아봐야 겠다.
오늘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볕아래 뜬금없이 고문진보를 들춰본 것은 저녁 답에 마시기로 한 막걸리 때문이다. 한 십여일 술을 마시지 않다가 모처럼 마시게 되는 막걸리 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이게 바로 말 그대로 將進酒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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