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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배들과 의왕 모락산 둘레길을 걸었다. 원래는 바라산을 가기로 했는데, 평촌 역에서들 만나서 바꾸었다. 평촌에 부는 바람이 좀 차가웠기에 내가 제안을 했고 후배들이 받아들였다.
모락산 둘레길은 평탄하다. 해발이 300m도 안 되는 산인데, 산길 곳곳에 나 있는 길들이 부드럽고 다양해 둘레길로 조성한 것이다. 모락산 초입으로 걸어 들어가 좀 올라가면 근동에서는 잘 알려진 묘지 하나가 나온다. 세종대왕의 네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묘소다. 마침 한 후배가 임영대군의 후손이다. 그 후배의 안내로 제실과 묘소를 둘러봤다. 양지바른 곳에 아담하게 지어진 제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모락산 둘레길의 한 언덕받이 길을 올라가는데, 한 후배가 제의를 한다. 기왕 시작한 거, 백운산까지 가는 게 어떻겠냐는 것.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하고 올라가는데, 길이 가파르다. 그러니 생각들이 변한다. 결국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일단 요기를 하고 다시 생각하자고 했다.
항상 그렇지만 후배들이 많이들 싸 왔다. 홍어에 꼬막에 부산어묵에 파김치에 떡 등등. 항상 그렇지만 나는 입만 갖고 갔다. 소주와 막걸리도 챙겨왔다. 후배들은 막걸리, 나는 소주를 먹었다. 따뜻한 봄날, 산중에 앉아 먹고마시는 맛난 오찬이다. 먹고난 후의 정리도 후배들 몫이다. 어느 순간에 푸짐했던 상차림이 깨끗하게 정리됐다. 먹고나니 마음들이 변했다. 백운산은 포기했다는 말이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한 참을 더 걸어 계원예술대학 캠퍼스를 빠져 나오니 의왕시다. 한 후배가 농수산물시장으로 우리들을 이끌었다. 해삼, 멍게, 전복을 사 청계사 인근의 자기 텃밭으로 가자는 것이다. 후배의 청계사 텃밭에서 또 상을 차렸다. 농장에서 해물이라니 연목구어아닌가. 원두막에 앉아 바라다 뵈는 농장의 풍경이 좋았다. 한참을 앉아 마시며 풍경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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