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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掌篇) 소설’
    curiosity 2020. 6. 2. 09:33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를 오랜 만에 만난다.

    지난 연말에 어떤 글을 쓸 게 있어 야스나리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의 어떤 작품의 문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 만난 야스나리는 나에겐 전혀 새로운 것이다. 

    이름하여 야스나리의 ‘장편 소설’이다. 장편이라 함은 긴 소설을 뜻하는 게 아니다. 

    손바닥 ‘장掌)’으로, 풀이하자면 ‘손바닥 소설’이다. 이런 장르가 있었나 싶었다. 

    손바닥 소설은 말 그대로 손바닥 크기의 분량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200자 원고지로 대략 10 여매 안팍으로 쓰여진다는 것인데, 

    야스나리의 이 소설집에서 제일 짧은 것은 원고지 2매 분량의 것도 있다.

     

    이런 류의 소설을 야스나리는 1920년대 초부터 썼다고 하는데, 

    그간 야스나리에 관해 좀 안다고 설쳐댔던 게 무지 창피스럽다. 

    야스나리의 손바닥 소설은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175편을 쓴 것으로 나와있다. 

    이 소설집에는 그 가운데 68편을 선별해 옮긴 것이다. 

    야스나리의 이 장편 소설들은 말하자면 그의 문학의 초본 같은 느낌이 든다. 

    야스나리 자신이 좀 수줍게 말했듯 그의 문학의 ‘표본실’이라해도 무방할듯 하다.

     

    나는 이런 짤막한 소설이 좋다. 긴 소설이 물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예전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의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을 읽을 때 기억이 새롭다.

    안티-세미티즘(anti-Semitism, 반유대주의)을 설명하는 부분이 웬만한 단편소설 한 권 분량이었다.

    무지 더웠던 그 해 여름, 그 부분을 읽기가 하도 지겹고 짜증이 나 책을 아파트 창문으로 내다 던져버리려 했다.

    ‘장편 소설’, 그러니까 손바닥 소설은 그럴 염려는 없다. 쓸데 없는 서술이 없다.

    그러나 간략한 문장이지만 긴 여운을 준다.

    어줍잖게 소설을 쓰보고 싶다는 생각에 달겨들었다가 좌절만 맛 보았다. 아직도 좌절 중이다. 

    야스나리의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뭔가 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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