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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곡(陵谷) '대장천 생태습지 공원'
    컬 렉 션 2020. 6. 9. 07:57

    경기도 일산 쪽으로 와 능곡에 산지 20년이다. 지금껏 살면서 이곳에 대한 느낌은 크게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능곡은 대학 다닐 적에 친구가 자취를 했던 곳이라 그 때 몇번 왔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눈에 띄게 변한 건 없다. 능곡시장을 중심으로 아파트만 좀 들어섰다 뿐이지 거리나 골목 등은 예전 그대로다. 그런 점이 사람에 따라 좋거나 나쁠 수 있지만, 나는 전자다. 사는 곳이 큰 변화없이 천년이고 만년이고 그냥 그대로라면 그 속에 사는 나 또한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농담이다. 어쨌든 능곡은 대부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이곳이었는데, 근자에 뭔가 좀 바뀌어가고 있는 조짐이 일고있다. 내가 사는 동네만 해도 재개발 바람이 불어 높은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각종 소음공해와 더불어 사람들도 뭔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북적대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나로서는 반길만한 소식 하나를 아내로부터 접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장천(大壯川)'이라는 하천이 흐르는데, 그곳의 자연습지를 가꾸고 단장해 생태습지 공원으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대장천은 나에게는 칙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하천이다. 어쩌다 천변을 걸어보면 수질도 그렇고 오물과 쓰레기들이 하천 물과 함께 곳곳에 엉켜있는 게 매번 걸을 때마다 불결한 느낌을 주는 하천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자연습지를 중심으로 정비했다고 하니 웬 소리인가 싶지 않았겠는가.

     

     

     

    그저께 시간을 내어 가 보았는데, 습지공원 초입부터 대장천은 예전의 그 하천이 아니었다. 깨끗하게 치워지고 정비돼 있었고 왜가리와 물오리 등도 목격될 정도로 환경이 크게 바뀌어 있었다.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습지공원 초입에 세워져 있던 옛 '진교다리' 표지비석은 예전부터 있던 것이었는데, 눈에 새롭게 들어온다.

    아무튼 공원 초입부터가 예전의 그 대장천이 아니었다. 애시당초 대장천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던 만큼 그곳에 자연습지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내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대장천 여기에 자연습지가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곳에 자연습지가 있었고 그곳을 생태를 중시하는 습지공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연습지를 중심으로 목재로 만들어진 데크 길을 조성해 놓아 걸으며 자연습지를 감상하기 편했다. 그리고 곳곳에 생태습지에 대한 안내판과 함께 벤치 등 쉼터도 마련해 놓는 등 공원으로서의 용도도 충분해 보였다. 안내판을 보고 나는 대장천의 총 길이가 5.4Km 라는 걸 처음 알았다. 안내판에는 습지에 서식하고 있는 갈대와 물억새, 꽃창포, 부들 등 각종 식물과 꽃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담고있어 그걸 바탕으로 습지를 탐방할 수 있게 했다. 자연습지의 총면적은 14,700 입방미터로 나와있다.

     

     

     

    생태습지이니까 아무래도 그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고서 탐방하면 그 재미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습지 탐방도 그렇지만 공원을 걷는다는 워킹의 개념과 함께 휴식 쪽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좀 아쉬운 것은 습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과, 그에 따라 조성된 공원의 크기가 좀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원 주변의 대장천 천변도 정비가 잘 돼 있어 그것까지를 포함시키면 그런 아쉬움은 얼마든지 상쇄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걷기를 즐기고 좋아하는 나로서는 집 주변에 이런 생태공원이 있는 것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것이다. 점심시간 쯤을 택해 걸었는데, 햇볕이 좀 따가웠고 약간 무더웠다. 저녁 황혼 무렵이면 꽤 정취있는 공원 길이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추가)

    오늘(6. 9) 이른 아침에 또 걸었다. 낮에 보고 걷던 것과는 딴 판이다. 풍경이 훨씬 선명했고 쾌적하다. 습지 주변과 수변의 꽃과 식물들도 생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낮보다는 많다. 저마다들 자연을 즐기며 유유자적하게 걷는 모습들이 평안해 보인다. 후진 땅 능곡의 명소로 자리잡을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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