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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周忌 故 유두열의 추억
    obituary 2020. 9. 2. 11:04

    1984년 10월의 그날은 한글날이었다. 가을바람 솔솔한 그날 모든 사람들의 이목은 잠실운동장에 쏠렸다. 프로야구 3년차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이 열린 날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일찌감치 가 자리를 잡았다. 레프트 외야석. 당시 프로야구의 인기는 대단했었지만, 그 날의 경기는 그 때 서울에 있던 부산과 경남 출신 사람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삼성과 롯데가 맞붙어 7차전 마지막까지 온 것이다. 관중은 확 갈렸다. 대구. 경북 사람들과 부산. 경남 사람들. 그런 경기에 술이 빠질 수가 있겠는가. 물론 술 지참은 허용되지 않았다. 한 친구가 묘안을 짜냈다. 술 장수와 짜고 외야 쪽에서 줄을 이용해 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확보된 게 팩소주 열 병.

     

    경기는 무르익어 가는데, 미칠 지경이었다. 8외까지 롯데는 삼성에 3대4로 밀리고 있었다. 최동원도 잘 던졌지만, 삼성 김일륭도 너무 잘 던졌다. 패색이 짙었다. 1사 후 유두열이 들어섰다. 5번 타자. 앞의 3, 4번 김용희, 김용철이 안타를 치고 나가 주자 1, 3루가 됐다. 유두열은 그 때까지 타격이 좋지 않았다. 강병철 감독은 그래도 그를 믿었다. 우리들은 낙담을 잘 한다. 그냥 술이나 마시자. 그래도 어딘가, 롯데 촌놈들이 서울에 올라 와 준우승하는 것만도 다행아닌가. 그런 생각들 속에서도 그래도 하는 기대가 왜 없었겠는가. 옆 친구가 술을 따라주고 있었다. 취기어린 내 눈은 술잔에 꽂혔다. 그 순간 '딱'하는 소리, 이어서 잠실벌이 들석거리며 날아갈 듯한 함성.

     

    유두열이 김일륭의 직구를 받아 친 회심의 볼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볼은 레프트 외야 쪽, 우리가 앉아있는 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파울 볼일 수도 있다는 조바심. 그러나 홈런이었다. 3점짜리 역전 홈런. 잠실구장이 진짜로 뒤집혀졌다. 난리가 난 것이다. 경기는 6대4, 롯데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그 역전 홈련 한 방으로 유두열은 영웅이 됐다. 유두열이 친 그날의 홈런은 우리들하고도 관계가 있다. 유두열이 친 그 홈런 볼이 신기하게 우리 쪽으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벌떡 일어나 그 공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손에만 스치고 놓쳐 버렸다. 애석해 할 필요도 없었다. 이겼다는 것만으로도 족했기 때문이다.

     

    유두열은 그 후로도 우리들의 기대를 저바리지 않았다. 유두열은 더구나 마산 출신 아닌가. 한문연, 박정태 등과 함깨 마산야구의 기개를 더 높인 게 유두열이다.

     

    9월 2일, 오늘이 바로 2016년 세상을 떠난 유두열의 4년 되는 기일이로구나. 기일에 새삼 그 감격스러웠던 그 날 그 시합이 떠 올려지며 그를 추억해 본다. 아울러 고인에 대한 추모의 염을 전하고 싶다. 하늘나라에서도 혹시 야구가 있다면 먼저 간 최동원과 함께 그곳의 야구를 즐기기를 바란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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