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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일 詩人 별세
    obituary 2020. 9. 3. 10:53

    시인인 김건일 선배께서 엊저녁에 향년 79세로 별세하셨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황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난 3월 경동시장 '정우당'에서 뵈었을 때,

    그리고 8월 10일 경동시장을 지나치면서 뵙지는 못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 보았을 때,

    그리도 활달하고 건강하시던 분이 운명하셨다니, 이런 글귀가 떠 오릅니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이라 했으니,

    정말 인생이라는 게 뭉게뭉게 피어올라 떠 다니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한 조각 구름같이 허망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걸 절감케 합니다.

    시인께서는 저의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시집을 내셨었지요.

    그때 제가 올린 글에 답하며 기뻐하시던 기억이 새삼 떠 올려집니다.

    선배께서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삼촌이기도 했습니다.

    해서 누구보다도 조카인 조수미를 자랑스럽고 이쁘게 여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배님은 이 세상에서의 모든 것 모다 털털 털고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 가셨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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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건일 선배의 詩集 '밭 만들기'

     darby4284  2019. 1.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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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분명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평상심의 마음에 또 다른 창을 하나 내고 산다.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연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평상심에 자연스럽게 그 느낌을 보탠다. 그게 바로 詩心이 아닌가 싶다.

    김 건일 시인은 나의 고등학교 한참 선배다. 전에는 모르고 지내다, 페이스북에서 글로써 만났다. 선배의 글은 직설적이고 힘이 있다. 만나 뵙지는 못 했지만, 강건한 분으로 느꼈다. 할 말을 그냥 마음에만 두지 못하고 글로 표현하고 있는 선배였다. 그런데 선배가 시를 쓰는, 그것도 등단한지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인인 줄은 미처 몰랐다. 물론 그간 선배의 글에서 그런 기미를 전혀 눈치 못 챈 것은 아니었다. 글의 강약을 조절함이 탁월하구나 하고 느낀 것은 그런 기미 중의 하나다.

     

    선배는 얼마 전부터 예고하고 있었다. 시집을 낼 것이라는 예고였다. 물론 그간 써 둔 글들은 많겠지만, 그것들을 모아 지긋한 연세에 책으로 엮는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배는 약속을 지켰다.

    엊 저녁에 선배가 보내 준 시집을 받았다. 시에는 문외한인 처지에 선배의 소중한 시들을 감상한다는 건 일종의 부담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마간산 격으로 읽어가면서 마음이 즐거웠던 것은 한 가지, 내가 느껴온 선배의 글에 대한 느낌은 역시 맞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적이며 직설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서정성이다. 서정성이 직설에 가미될 때 어떤 글의 시가 될까.

    "... 집으로 돌아온다/아내가 무척 늙었다/나보다 7세가 적은 아내가/나보다 더 늙어 보여서/고생을 많이 시킨 게 마음 아프다"('아내와 걷기' 중에서)

     

    이 시는 어떤 旣示感(deja vu)을 준다. 순진무후의 시인 천 상병의 시 한편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강한 직설에 서정성이 묻어나는, 천 시인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강한 순진무후함이 느껴지는 대목으로 나는 읽었다.

    선배는 10평 남짓한 약초 방에서 약초를 다듬고 약을 만들고 계시는 제기동 약령시장의 생활인이다. 시인으로서의 선배의 평상심에 시심을 강하게 불어 넣어주는 창은 약초가 아닐까 싶다. 아니 분명 그럴 것 같다. 꽃, 밭 등 선배 시들의 전반적인 주제는 생명과 희망이다. 선배는 그 주제를 약초를 통해서 매만지고 가다듬을 것이다. 그래서 선배는 '약초'라는 시에서 "신비하고 신기해서 약초를 시만큼 사랑하네"라고 쓰고 있는 줄 모르겠다.

                    김 건일 선배 시집의 뒷 표지, 마에스트로 조 수미와 함께 한 사진. 조 수미는 선배의 조카이다.

     

     

    https://blog.naver.com/darby4284/22145391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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