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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訃音
    obituary 2021. 1. 1. 11:20

    새해 첫 날 아침의 訃音. 꺼림칙하다고 여겨질 것이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마음이 해맑아 지는 느낌이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니까.

    故 윤일재 형. 다섯 해 위 선배지만,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셨던 분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심상곤 선배와 함께 1990년대 초반을 거의 도반처럼 지냈다.

    심 선배 돌아가신 후 좀 뜸해졌다. 2017년인가, 한번 만났다. 종로 3가 주점에서 낮술을 마셨다.

    그 자리에서 문득 그때를 떠 올렸다.

    1996년인가, 소설 ‘아버지’가 낙양의 지가를 한참 올리고 있을 무렵이다.

    일제 형 자신이 그 소설의 모델이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우겼더니,

    어느 날 여의도 모 주점에서 김정현 작가를 데려 나와 그걸 증명하려 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럴 리가 없다며 계속 아니라고 우겼다.

    그걸 종로 3가 주점 자리에서 다시 물었다. 일재 형은 쓸쓸하게 웃었다.

    일재 형은 ‘아버지’ 소설 속의 주인공이 실재가 아닌, 이상 속의 자신으로 여기고 있었고,

    작가도 그걸 토대로 쓴 것이라는 투로 얘기 했다.

    그날 서로 대취해 헤어지면서, 형은 소설 속의 자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형의 부음을 들은 것이다.

    아침에 텔레그램에 메시지가 떴다. 일재 형이 가입했다는 메시지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다. 즉시 답신이 왔다. 일재 형이 아니었고, 형수였다.

    그러면서 깜짝스런 소식을 전한다. 형이 지난 7월 세상을 뜨셨다는 것.

    그러니까 형 돌아가시고 형 전화를 형수가 쓰고 있었던 것이다. 형수 마음을 알 만했다.

    합천 초계가 형 고향이니, 그곳에 모셨을 것이라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자택 근처 용인 납골당에 모셨다고 했다. 형수는 형이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갔으니,

    이제 편안하실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 납골당 무지 싫어했는데, 죽은 자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게 억울하면 오래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웃자고 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지만, 아무튼 그 속에 슬픔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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