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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잎이 중국産, 국내産?먹 거리 2021. 1. 26. 10:41
얼마 전에 콩잎된장 장아찌에 관한 글을 포스팅한 후 그에 대한 공감과 문의의 글이 더러 있었다.
콩잎된장 장아찌는 어릴 적 경상도에서 살았던 분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밑반찬이다.
그러니 그 장아찌에 대한 추억담 같은 것을 많이 들려주셨기 같이 공유하기도 했다.
내가 원당시장에서 산 콩잎된장 장아찌의 콩잎 원산지에 관해 묻는 이들도 많았다.
대개는 국내산이라기 보다는 중국에서 재배된 것으로 아예 단정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장아찌를 살 적에 그에 대한 생각이나 의문은 없었다. 그저 ‘콩잎’이라는 반가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중국산일 것이라는 지적에 전혀 신경이 안 쓰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산이라는 걸 먹어본 적이 없는 처지라 그것과 국내산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나로서는 그냥 옛 시절의 그 맛을 반추해 먹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그걸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장아찌의 맛에 결정적인 요소는 된장이다.
된장이 맛 있으면 그 콩잎이 중국산이건, 국내산이건 무슨 대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원당시장 콩잎된장 장아찌의 콩잎이 어디 것인가 하는 건 나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궁금하기는 했다. 어제 그 궁금증을 다소 해소하는 기회가 있었다.
내가 가는 원당시장 콩잎된장 장아찌 파는 가게에는 모녀가 있다. 딸은 매대를 관리하고 어머니는 주방에 계신다.
콩잎장아찌를 사면서 딸에게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이거 혹시 중국산 아닌가요.
딸은 좀 주저대는듯 하다 국내산이라고 했다. 헌데 하는 말에 별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나는 어쨌든 국내산이라는 그 말이 좀 반가워 다시 한번 물었다. 딸은 역시 마찬가지 태도로 말했다. 국내산이라는 것. 나는 국내산이라는 말에 한 팩을 더 담아달라 했다. 그랬더니 그 딸이 신이 난 모양인지, 맞아요, 국내산이예요 하고 덧붙인다.
딸이 주방에서 숙성시켜놓은 콩잎장아찌를 담고있는데, 어머니가 곁에 와서는 딸에게 무슨 말을 한다.
모녀 간의 주고받는 대화가 희미하게 들린다.
“얘, 너 그거 국내산인줄 어떻게 알고 손님에게 그리 자신있게 말하지?”
딸이 어머니를 보면며 웃오면서 말 한다.
“참 엄마도. 엄마가 그랬잖아...”
나는 딸에게 별 의미없이 물은 것이다.
콩잎이 중국산이면 어떻고 국내산이면 어떤가하는 생각도 그렇고,
또 주변들 대개가 그렇다고들 하니 마음 한 곳에는 그게 중국산이라고 이미 체념한 상태였다.
게다가 한 몇 달 사먹은 맛도 괜찮은 터라 크게 괘념치 않는 터였다.
나는 다만 넓은 원당시장에 그나마 공잎된장 장아찌 파는 곳이 그 가게 한 군데라는 사실에 고마워할 따름이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하나 더 덧붙인다면 모녀가 ‘아옹다옹’하며 가게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에 좋았다.
거기에 콩잎이 어디 産인 게 무슨 대수가 될 것인가.'먹 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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