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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컬 렉 션 2021. 2. 5. 08:50

    지금은 고인이 된 움베르토 에코(1932-2016)의 글은 재미있다. 난해한 기호학의 대가이기도 한 에코의 글이 재미있다는 건 그의 소설들에 한한다. 재미도 있지만 물론 어렵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미의 이름'도 그 중의 하나다.

    '장미의 이름'을 읽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 전이다.

    소설은 재미있었지만 어려웠다. 그리고 번역이 문제였다.

    번역을 한 고 이윤기 선생도 그걸 인정했다. 아울러 자신의 번역의 '오류'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새롭게 번역한 책을 재발간하기도 했다. 우리 출판 사장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 후에도 에코의 책이 나올 적 마다 나는 그런 기억의 포로가 되어 읽기가 사실 좀 저어했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마주 한 책이 '프라하의 묘지'라는 소설이다.

    번역본으로 발간된지 꽤 오래된 책인데, 2013년인가 한번 읽었었다. 그걸 다시 한번 읽은 것이다.

     

    예전의 기억 속에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감이 읽어 나가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기는 했어도,

    역시나 어려웠다. 움베르토 에코의 표현대로 그의 '서사적 전략'은 양면성이 있다.

    중세기를 종횡무진하는 그의 역사적 지식과 안목은 그 시대에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파묻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물론 재미도 있다.

    하지만 그의 풍부한 지식과 안목이 너무 자신만만해 자만감으로 흐를 때는 읽기가 부담스런 측면도 있다.

     

     

    '프라하의 묘지'는 유태인들의 세계정복을 위한 '음모론'을 일련의 위작의 문건을 통해 드러내 놓는 소설이다. 소설의 플롯은 역사적 사실을 넘나들고 스토리는 그 것을 배경으로 한다.

    유태인, 그리고 그들이 주축이 된 프리메이슨의 음모는, 에코의 소설 속 해설대로라면 음험하고 무섭다. 나치 독일 히틀러의 '마지막 해결책(The Final Solution)'까지 곁들일 때면 反유태주의 해설서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게 단정적인 팩트인가 하는 것은 읽는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에코는 너무 밀어부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이 2010년 나오자 마자 유럽에서 한바탕 유태인들의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야기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러나 '음모론'은 항상 그렇듯 결론이 있을 수가 없다.

    그저 논란만 계속될 것이고, 그러는 사이 에코는 죽었지만 그의 책은 더 잘 팔릴 것이다.

     

     

     

     

     

     

    1980년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신문광고. 고 이윤기 선생의 번역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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