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미스트롯' 유감
    misce. 2021. 2. 7. 09:08

    트롯 열풍이 거세다. TV조선의 공로가 지대하다. 거액의 상금을 건 오디션 격인 방송이 전국몰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트롯, 트롯하지만 사실 나이까지 든 사람들에게 트롯이라는 영어식 발언은 좀 어색하다.

    그보다는 ‘도로또’라는 게 훨씬 더 익숙하다. ‘도로또’는 한때 왜색이라는 이유로 지탄을 받은 대중가요 장르다. 그 도로또가 이즈음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게 도로또를 좋아하는 처지들에게는 좀 신기할 것이다.

    며칠 전 목요일 저녁에 미스트롯 경연 방송이 있었다. 차순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몇 단계를 거친 후의 막바지 경연이라 아내와 함께 관심을 갖고 보았다. 화려하고 신바람 나게하는 경연이었다.

    재미있고 신바람나는 생중계방송이었지만 한편으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방송사 트롯 경연들에서 구사되는 트롯가요의 영역이 이 방송 경연에 불리어지는 노래들처럼 정말 이렇게 광범위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름 스스로 견지했던 것은 이 방송사에서 규정하는 트롯이라는 게 정통 트롯보다는 일종의 변형된 트롯, 그러니까 말하자면 ‘퓨전 트롯’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는 게 마음에 편했다.

     

    나의 이런 생각은 이 방송사의 트롯 경연에 참가한 한 소녀가수 때문이다. 전유진이라는 포항출신의 중학생 가수로, 이 방송사의 트롯경연 훨씬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보아왔던, 내가 좋아하는 가수다.

    그 전유진 학생가수가 과연 이 방송사 경연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가 나의 관심사였기에 그에 대한 일종의 배수진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어떤 사정으로 방송을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경연 결과가 궁금했다. 다음 날 그 결과를 보니 예상했던대로다. 순위가 나왔는데, 무엇보다 전유진 학생 탈락이 내 눈에 크게 들어온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그런 결과를 보니 낙망스럽다. 그 예상이라는 건 앞에서도 언급했듯 ‘퓨전 트롯’을 전제로 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심사의 공정성이나 편파성을 문제 삼는 건 결코 아니다. 전유진 학생의 선곡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통 트롯가수로서의 전유진의 특장점은 그녀의 대표곡이랄 수 있는 '용두산 엘레지' 처럼, 중.저.고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각 음역의 멜로디에 맞게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 구성지게 내 뿜는 목소리에 있다.

    그런데 전유진은 이번 트롯경연에서는 정통트롯 가요보다는 발라드 풍의 노래를 택해 불렀다. 그런 노래도 물론 잘 부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트롯경연이라면 그에 맞는 노래로 승부수를 걸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런 구설들이 들린다.

    선곡을 방송사 측에서 정해줬다는 것.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지만, 전유진의 탈락에 대한 아쉬움 속에 나로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다시 말하자면 정통트롯이 아닌 ‘퓨전 트롯’의 기준으로 보자면 전유진과 같은 정통트롯 가수는 결코 챔피언이 될 수 없다.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이미자나 하춘하 같은 가수들도 저런 경선에서는 결코 왕관을 차지 할 수 없다. 미스터트롯에 설운도나 송대관, 태진아 등이 나가도 안 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전유진이 탈락한 후 후폭풍이 거세다고들 한다. 전유진 학생은 이와 관련해 오히려 자신을 아끼는 팬들을 다독거려주는 글까지 SNS를 통해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트롯경연을 주관하는 방송사에 한마디 하고 싶다. 전국적으로 지금 인기몰이를 그 방송이 ‘트롯’내지 '도로또'라는 타이틀에 과연 적합한 경연방송인가하는 점이다. ‘퓨전 트롯’을 과연 정통트롯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싶은 것이다. 전유진이 탈락됐다고 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정통트롯 노래보다는 발라드, 국악, 포크 송 등을 부른 가수들이 상위에 랭크되는 등에서 보듯 무언지 모르게 정통트롯 노래들이 소외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트롯가요에 대한 이해와 애정, 인식, 그리고 그에 맞는 창법 보다는 고성이나 현란한 춤 등의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가수들을 과연 정통트롯 가수라고 할 수 있을 건지도 묻고싶다.

     

    이런 점에서 이 방송사는 정통트롯의 거죽만 갖고 경인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경연 결과에 대한 이런 저런 구설수를 잠재우는 방법이 있다. 방송 타이틀을 트롯 대신 ‘퓨전 트롯’이나 보다 광범하게 대중가요 경선으로 바꿔 달면 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