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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冠 岳 山 산행
    misce. 2021. 2. 22. 05:42

    어제 모처럼의 관악산 산행.

    정말 오랜만이다. 햇수로 거의 10년만인 것 같다.

    대치동 살던 후배가 평촌으로 이사를 했다.

    그 후배가 함께 가자기에 따라나선 것이다. 자기 집에서 가깝다면서.

    나로서는 관악산이 회상(sentimental)의 산이다.

    1982년 과천으로 이사를 와 1995년 일산으로 이주하기까지 나에게 관악산은 일종의 母山이었다.

    그 시절, 최소한 매주 한번, 아니면 두번 정도를 올랐다.

    관악산 정상이 연주대이니 거기까지를 그렇게 올랐다.

    그러니까 연주대를 오른 기록상으로는 최소한 500번 이상 올랐다.

    일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관악산은 나에게 멀어져 갔다.

    후배가 관악산을 오르자고 했을 때 선뜻 따라나선 건 그 산에 대한 그런 추억의 심사가 작용했다.

    사당동에서 남현동을 경유해 올랐다. 이 코스도 나에겐 무척 익다.

    다만 이 산길을 나는 예전에 주로 하산 코스로 잡았었다.

    연주대에서 내려와 사당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나는 이 산길을 무척 좋아했었다.

    특히 연주대 석양을 등지고 내려오는 산길은 평탄하고 호젓했다.

    남현동은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좋았다. 당시 유명 문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과 소설과 이원수 선생 등이 이 동네에 계셨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남현동에서 관음사 쪽으로 오르니 옛 생각이 많이 났다.

    하지만 그런 회상은 잠시. 후배는 관음사 경유 산길이 아닌, 곧바로 쳐 오르는 길로 안내했다.

    경사가 심한 길이었다. 급경사 산길은 나로서는 오랜만이지만 힘들었다. 얼마 못 오르다 지쳐갔다.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했다. 후배는 나보다 5년 아래다. 나이 차이가 산행의 모든 걸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그 후배는 거의 매주를 이 코스를 오른다. 그러니 과장을 좀 보태 펄펄 날랐다.

     

     

    산길은 계속 오름새다. 데크 길로 이어지는 어느 지점에서 고도감이 느껴져 정상인 줄 알았지만, 그런 지점이 몇 군데 있었다. 후배는 연주대까지 거의 데크 길이기 때문에 오르기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연주대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관악사址로 방향을 바꾼 것은 나 때문이다. 거기로 해서 가면 과천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이 나온다는 옛 기억이 나를 이끌었다. 기진맥진 상태이기도 했고 아울러 관악사 절터에 대한 어떤 회상이 나를 이끈 것이다.

    관악사지에서 후배는 혼자 연주대를 갔다 오겠다고 했다. 나더러 조금 오른 지점의 연주암에서 기다리라 했지만, 그냥 관악사지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후배는 날랜 몸매를 내 앞에서 과시하며 연주대로 올랐다.

     

    관악사지는 예전하고 많이 달랐다. 옛날 이 절터는 절 기단만 눈의 띌 뿐 잡초로 무성한 곳이었다. 그 절터에 대웅전 본당도 지어졌고 연주대가 빤히 보이는 곳엔 요사체도 지어져 있었다. 그런데 좀 자세히 보니 절 건물들에서 낡은 기미가 느껴졌다. 절을 복원시키는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인듯 여기저기 공사 장비들이 있었지만, 그냥 방치된 것들이었다. 복원공사가 진행 중 어떤 사정으로 중단된 것이었다. 그런 점을 확인하니 대웅전 본당 건물이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관악사지를 마지막 올랐던 게 2012년 겨울이 이른 봄이었다. 고등학교 산우회 시산제를 여기서 지냈다. 그때 기억을 떠 올려 찾아보니 그 때 찍은 사진이 나왔다.

     

     

    후배는 연주대를 후딱 다녀왔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지쳐있는 내 앞에서 기고만장해 해도 할 말이 없다. 나는 정말 많이 지쳤다. 숨도 가쁜데다 다리의 후들거림은 과천으로 내려오는 내내 그랬다. 이런 산행을 오랜만에 하는 탓도 있겠지만, 몸이 그만큼 나이값을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感吾生之行休의 나이 아니겠는가.

    과천으로 내려와 상가 주점에 앉았다. 삼겹살을 시키고 후배는 소맥을 말았다. 몸이 지치니 입도 그런 상태다. 도무지 무슨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소맥 몇 잔이 그걸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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