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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名作소설을 얘기하는 名畵들
    컬 렉 션 2021. 2. 15. 06:01

    조선일보 문화부 곽아람 기자의 글을 근자에 자주 본다.

    한 동안 볼 수 없었는데, 요즘 지면에서 자주 만난다.

    주로 책에 관한 글을 많이 쓰는데, 아니나 다를까 직책이 문화부 Books 팀장이다.

    책에 관한 글 뿐 아니라 그림에 대한 글도 잘 쓴다.

    얼마 전 김진욱 초대공수처장과의 인연을 그림으로 연결시켜 쓴 글을 잘 읽었다.

     

    곽 기자의 글을 보다 뭔가 생각이 나서 책장을 뒤졌더니 나왔다.

    그녀가 10년 전에 냈던 책이다. 역시 책에 관한 책인데, 타이틀이 <나는 책을 읽는다>다.

    그 책의 곽 기자 글을 이즈음 그녀의 글과 대비해 다시 읽으니 재미있다.

    초짜 기자시절에 쓴 글이 말랑말랑한 것이었다면, 이즈음의 글에는 뭐랄까, 연륜이 묻어난다.

    그 책을 요 며칠 간 다시 '읽었다 말았다' 한다.

    '읽었다 말았다'라는 것은, 그 책이 읽기에 편하게 돼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소제목 만으로도 글의 의도를 짐작케 하는 응축력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곽 기자는 30편의 읽은 책에 대한 소감과 그 느낌을 명작 그림에 연결시켜 시켜주고 있는데,

    그로써 책 글에 담긴 이미지를 그림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번에 다시 봐도 그렇다.

    책 한권마다씩 소개되고 있어 어디서건 아무 때고 읽어볼 수 있으면서 옛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10년 전 이 책에서 무척 공감했던 부분이 있었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에 관한 부분이다.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

    곽 기자는 <토지>를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압축하고 있었다.

    그 때, <토지>에 대해 곽 기자가 뽑아 낸 그 한 구절을 읽고는 그 책을 한 동안 보질 않았다.

    좀 가당찮은 얘기지만, <토지> 속 그 한 구절로 나는 곽 기자와 완벽한 일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책을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곽 기자는 그러면서 소설 <토지>의 이미지로 이유태의 채색화 '탐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 그림을 곽 기자는 소설의 주인공인 서 희가 아닌 그녀의 양녀, 양 현의 이미지로 소환하고 있었다.

    곽 기자가 뽑아 낸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도 서 희 것이 아니다.

    최 참판댁 여종인 귀녀의 것이라는 점에서 <토지>를 관통하는 흐름이 나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이유태 '탐구'(1944)

     

    어느 날, 밥상 테이블에 놓여있는 책을 다시 펼쳐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목차에서 뭔가 훅 읽혀졌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斜陽>에 관한 글이다.

    1970년대 초반 한창 다자이 오사무의 글에 파묻혀 살던 때 읽었던 그의 소설이다.

    <사양>을 얘기한 글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어깨 너머로 지는 낙일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서글프면서도 우아한 정조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

    곽 기자는 이 소설에 대한 이런 시선과 함께 이 소설을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라는 말로 압축하고 있는데, 뭐랄까 딱히 집혀지지 않은 감성의 하늘거림에 공감했다.

     

    곽 기자는 <사양>을 에드바르트 뭉크의 '봄'으로 그 느낌을 설명하고 있다.

    <사양>에서 전율했던 그 느낌, 그리고 곽 기자의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라는 시선 그대로의 이미지가 전해져 오는 그림이다. 따로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에드바르트 뭉크 '봄'(1889)

     

    그렇게 내가 '읽었다 말았다' 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예나 지금이나 또 한 편의 소설이 유난히 눈길을 끌게 한다. 스캇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청춘의 시절, 가슴을 졸이며 읽었던 소설이다. 로버트 레드포드, 미아 패로우의 영화로도 나왔다.

     

    "한 여자에게 바쳐진 한 남자의 핑크빛 심장에 관한 이야기"로 곽 기자는 이 소설을 압축해 묘사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나는 개츠비를 읽으며 한 남자의 순정과 안타까운 사랑과 별도로,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미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을 때 였음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래서 등장하는 배경과 소품, 음식, 주고받는 대화 등이 풍족하고 화려하기 그지 없음을

    나름 느껴가며 다시 읽었었다.

    곽 기자는 <위대한 개츠비>의 이미지로, 귀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e)의

    '창가의 남자(A Young Man at His Windows)'를 연결시키고 있다.

    "'창가의 남자'는 내게 항상 항구의 먼 불빛을 응시하는 개츠비의 뒷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소설의 배경은 밤이고, 그림의 배경은 낮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갈망으로 인한 허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처음 그 그림을 대했을 땐 다소 생소했다. 그러나 몇 번을 보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에서 개츠비의 안타까운 사랑과 쓸쓸함이 느껴져 왔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창가의 남자'(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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