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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ily Dickinson - 'I taste a liquor never brewed'(술)
    컬 렉 션 2021. 3. 3. 09:03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의 시들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려우면서도 쉽습니다.

    낭만풍의 아주 쉽게 잃혀지는 시들이 있는가 하면 까다로운 메타포를 사용한 현학적인 시들도 많습니다. 디킨슨 시의 특징 중 하나는 제목(詩題)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그녀 시들의 제목은 숫자로 표기되고 있습니다만, 그 또한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디킨슨은 생전 2000여 편의 주옥같은 시들을 썼습니다.

    엄숙한 청교도의 가풍 속에 평생을 독신으로 은둔의 생활을 보낸 그녀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고향 뉴잉글랜드 시골의 새, 동물, 식물과 계절의 변화 등에서 얻은 깊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 시들을 많이 썼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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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4)

    I taste a liquor never brewed -

    From Tankards scooped in Pearl -

    Not all the Vats upon the Rhine

    Yield such an Alcohol!

    Inebriate of Air - am I -

    And Debauchee of Dew -

    Reeling - thro endless summer days -

    From inns of Molten Blue -

    When "Landlords" turn the drunken Bee

    Out of the Foxglove's door -

    When Butterflies - renounce their "drams" -

    I shall but drink the more!

    Till Seraphs swing their snowy Hats -

    And Saints - to windows run -

    To see the little Tippler

    Learning against the - Sun -

    나는 발효되지 않은 술을 맛 본다

    진주로부터 퍼 올려진 큰 잔으로

    어떤 라인 강변의 큰 술통도

    이와 같은 술을 빚지 못하리라

    나는 공기에 취하는

    이슬의 난봉자

    끝 없는 여름 날을 술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푸른 빛깔 녹아내린 여인숙으로부터

    주인이 취한 꿀벌을 현삼(디기탈리스)의 문으로부터 몰았을 때

    나비들이 그들의 술을 단념했을 때

    나는 더 계속 마시련다

    천사들이 눈처럼 하얀 그들의 모자를 펄럭이고

    성인들이 창가로 달려올 때까지

    태양에 기댄 작은 술꾼을 보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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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디킨슨이 그녀의 나이 31세 때인 1860년대 초 여름의 어느 날에 쓴 시다. 청교도적인 삶을 살다 간 디킨슨이 술을 즐겨 마셨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 시에서의 '술'은 곧 자연이다. 디킨슨(1830-1886)은 그녀가 태어나 평생을 살다간 뉴 잉글랜드의 자연과 풍물을, 거의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사랑하고 빠져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이 시를 음미해보면 디킨슨이 시를 쓴 느낌이 전해질 것이다.

    이 시에서 디킨슨은 한 마리 작은 벌이 되어 여름의 무르익은 대기의 숲속을 이슬을 헤집고 날아 다니면서 싱그러운 자연의 '술'에 취하고 있다.

    디킨슨의 시는 주지하다시피 좀 난해하다. 심오한 은유를 바탕으로 상당히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게 디킨슨 시의 특징이다. 이 시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1861년 5월, 그녀가 써 지역신문인 '스프링필드 데일리 리퍼블리칸(Springfield Daily Republican) 5월 14일자에 게재된 게 있고, 그녀의 사후인 1890년 책으로 출간될 때 게재된 게 있다. 이 두 버전의 차이는 첫 연의 'Not all the Frankfort Berries'가 'Not all the Vats upon the Rhine'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둘 다 프랑크푸르트와 라인 강 등 독일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디킨슨의 독일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디킨슨 시에는 원래 제목이 없다. 제목 대신 넘버링의 숫자가 붙는다. 이 시는 '214'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시가 위의 신문에 게재됐을 때는 제목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 제목이 'May-Wine'이었다. '오월의 와인'이라는 이 제목은 당시 신문사에서 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디킨슨 시집 등에서는

    역시 이 시의 제목은 디킨슨 모든 시의 제목이 그렇듯 시의 첫 줄인 'I taste a liquor never brewed'이다.

    이 시는 디킨슨의 시들 가운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디킨슨은 생애를 통 털어 약 2,000여 편의 시를 썼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들은 그녀가 죽은 후 발표된 것들이다. 그녀 생전에 발표된 것은 단 4편인데, 그 가운데 한 편이 바로 이 시라는 점에서다.

    아래 사진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인 윌 버넷(Will Barnet, 1911-2012)이 디킨슨의 시를 보고 그린 드로우잉이다. 디킨슨과 같은 롱 아일랜드 출신의 버넷은 생전에 디킨슨의 시를 무척 좋아했다. 그 결과로 내 놓은 게 1989년 디킨슨의 시에 그의 드로우잉을 더한 디킨슨의 시집 겸 화집인 'The World in a Fra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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