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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절’ 102주년과 尹東柱 시인사람 2021. 3. 1. 11:04
‘3. 1절’ 102주년 아침, 비가 내린다.
엄숙, 경건, 차분하게 맞이해야 할 오늘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국민을 무시하는 독재의 광포한 질주도 그렇고,
그에 맞서는 국민 저항의 물결도 예사롭지 않다.
‘3. 1절’ 아침 일즉, 비내리는 흐릿한 하늘을 보며 윤동주 시인을 떠 올렸다.
그를 추모했다.
----------------------------------------------------------'3.1 만세운동' 102주년이다. 한 세기전 나라의 독립을 위한 민족의 외침은 그 세월의 바퀴를 줄기차게 돌리고 달려와 오늘을 이룬 바탕이 됐다. 해마다 맞는 '3.1절'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尹東柱 시인이다. 일제강점 치하 저항시인으로 주옥같은 시를 남긴 민족 시인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유독 그가 떠올려지는 것은 그의 안타까운 죽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해방을 불과 6개월 남겨둔 1945년 2월 16일, 조선의 지배국인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접었다. 그토록 갈망했던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목전에 둔 스무 여덟 꽃다운 나이였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옥살이에 건강한 젊은이가 왜 죽었을까. 약물주입설 등 타살의 의혹이 짙지만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게 또 다른 안타까움이다.
그는 죽어서도 조국의 품에 안기지 못했다. 그가 태어난 만주 땅에 외롭게 묻혔다. ‘不逞鮮人’의 주검은 아무렇게나 내던져지고 아무렇게나 묻혔지만, 그 마저도 오랜 세월동안 그 위치나 행방도 모른 채 방치돼 있었다. ‘序詩’를 비롯한 그의 아름답고 영롱한 시들이 시인에 대한 칭송과 함께 읽혀지고 있었지만, 정작 시인의 무덤이 발견된 것은 시인이 죽은지 근 40년이 지난 1984년이다. 우리들은 그의 시만 좋아했지 그의 거취에는 거의 무관심했던 것이다.
윤동주가 나고 자란 생가는 중국 엔벤(延邊)조선족 자치주 룽징(龍井)시 밍둥촌(明東村)에 있다. 그 생가가 중국정부에 의해 새롭게 정비된 게 지난 2013년이다. 우리 돈 9억여 원의 적잖은 예산에 4개월여 간의 공사로 완공됐는데, 그 게 새삼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생가의 모습과 시인의 정체성이다.
정비 전까지만 해도 ‘윤동주 고향집’이라는 팻말 하나만 덩그러니 서있던 조촐하고 소박한 옛 집과 주변이 크게 변했다고 전해진다. 흙길이었던 생가 앞터와 진입로도 대리석으로 말끔히 포장됐다. 생가에는 그 전에 없던 시멘트벽과 문이 생겼고, 시인의 생가임을 알리는 가로 4m, 세로 2m의 큰 경계석도 건립됐다. 그리고 생가 주변 곳곳에 중국어로 번역된 윤동주의 시비들이 있다.
거슬리는 것은 경계석의 글이다. 거기에 윤동주 시인을 ‘중국조선족애국시인’으로 표기한 것이다. 옛 만주 용정, 그러니까 지금의 옌볜 조선족자치주 룽징이 그의 출생지이고, 그 곳이 중국 땅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기할 수 있겠다 싶어도, 흡사 그가 중국 국적이라는 느낌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는 표기이기에 그렇다.
중국조선족의 국적은 중국이다. 중국으로서는 그들이 돈을 들여 정비한 생가이기에 생색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국적이 바꿔질리 는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 조선의 민족시인 윤동주 앞에 그런 타이틀을 붙인다는 것은 시인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가와 함께 그가 묻힌 엔지의 무덤은 잡초만 무성한 채 풀밭 속에 방치돼 있다시피 하고 진입로는 흙길로 비만 오면 뻘밭이 돼 근접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시인은 짧은 연륜이었지만 순수하고 치열한 삶을 살다 갔다. 그러나 일제하 암담한 현실은 시인을 무력하게 했다. 그런 자신을 빗대 “인생은 살기 어렵고 오히려 시가 쉽게 쓰여지는 것이 부끄럽다”고 토로했던 시인이다. 시인은 죽어서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온전한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3. 1절’ 102주년을 맞는 마음이 부끄럽고 참 안쓰럽다.'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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