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暴炎, 하늘, 구름볼 거 리 2021. 7. 15. 15:59
덥다. 덥다. 무척 덥다.
이 더운 날, 그 중에서도 제일 무덥다는 한낮,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더위를 품고있을 듯한 하늘이어야 했다.
하지만 하늘은 푸르고 높다.
더위와는 무관하다는 표정마저 짓고 있다.
내가 보고 느끼는 더위.
그러면 카메라의 눈에 더위는 어떤 모습일까,
사진을 찍었다.
이상하다.
사진 속엔 더위는 없다.
오히려 가을이 기웃거리고 있는 모숩이다.
마음이 성급하면 사진도 그러는 것일까.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하늘에 걸렸고, 아파트에도 걸렸다.
태양을 머금은 구름은 뭉게스럽지 않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안긴다.
문득 박두진 선생의 싯귀가 떠오른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내게로 온다..."
이 무더운 날,
찌는 듯한 대기 속의 하늘을 보며 가을 시를 생각하고 있는 것,
일종의 아이러니다.
지금은 세상을 뜨고없는 한 후배는 이 시를 이렇게 읊었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열이 열이 내게로 온다..."
후배의 버전으로 그 시를 음미하니,
비로소 아귀가 맞아진다.
더위를 품은 하늘과 구름.
찌는 듯한 한낮의 더위 속에 이런 저런 생각과 망상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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