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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 길.
어머니 보러갔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십여일 전, 낙상으로 얼굴 쪽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그거 뿐만이 아니었다.
낙상의 원인이 빈혈 때문이었고,
그 빈혈이 위장 쪽의 내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달 전, 어머니 생신 때는 건강하신 모습이었다.
그게 좋아 어머니 앞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셨는데,
한달 후 어머니는 병원에 누워계시는 것이다.
대구 가톨릭대병원.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곳이다,
이 병원에서 어머니는 스텔라 관에 계신다.
딱 7년 만이다. 그 때도 어머니는 스텔라 관에 계셨다.
어머니는 그 때 큰 수술을 받았다. 대장암.
병원에서는 고령이라 수술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큰 수술을 이겨내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거의 기적적으로 살아나셨다.
작은 아들 사고도 있고, 그 때 참 여러가지로 어려웠다.
그래서일 것이다. 새삼 기도에 매달렸다.
내 필요할 때만 하는 기도, 참 이기적인 기도였을 것이다.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고 난 그 다음 날 새벽녘에 이상한 경험을 했다.
심란한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며 병원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 바라다뵈는 복도 끝에 어떤 큰 분이 앉아 계셨다.
눈에 그게 또렷하게 들어왔다.
너무 또렷하고 사실적이라 다시 눈을 가다듬어 보았다.
그것은 예수님이 어린 양에게 물을 먹이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발길이 그 모습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림이었다. 예수님이 어린 양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모습의.
그런데 그게 멀리 떨어져있던 나의 눈에는 분명 살아있는 예수님의 모습이었다.
예수님의 그 모습은 내 마음에 한 줄기 큰 빛으로 다가왔다.
주님의 어린 양. Agnus dei...
어머니를 병원에 두고 올라오던 길,
석양 무렵의 괴산 땅 어둔 산골짝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빌었다. 아버지, 좀 이따 데려가시지요.
어제 서울로 올라오는 길, 괴산 땅을 지나는데,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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