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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묵주기도' 56일 째, 마지막 날
    belief 2021. 10. 18. 12:52

    오늘, '묵주의 9일기도' 56일 째, 마지막 날.

    올해 처음 드렸던 '묵주의 9일 기도'다.

    어제까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몰랐다.

    오늘 새벽 눈을 뜨면서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그 날이라는 걸 알았다.

    도저히 집에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미명의 바깥으로 나가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걸으며 바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바깥은 쌀쌀한 날씨에 맑다.

    머얼리 '마리아수도회' 성당의 모습이 미명 속에서 아른거린다.

    '9일 묵주기도'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늘 그렇지만, 기도라는 게 하나의 시험대같은 느낌이다.

    그 시험대의 끄트머리에 매달려있는 심정으로,

    나의 '마리안 로드'를 걸으며 기도를 바쳤다.

    그동안 무사하게 기도를 드리게 해 주신 예수님과 성모님께 감사를 드렸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 42).

    '9일 묵주기도'의 마지막 날에 다시 떠올려지는 성경말씀이다.

    예수님이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에서 사람의 아들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다.

    기도는 나의 바람이겠지만, 그 이뤄짐은 사람의 아들인 예수님도 그랬듯이,

    나의 의지와 바람 보다는 예수님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

     

    묵주 9일기도를 바치면서 바람이 왜 없었겠는가마는, 지난 해와 달라진 게 있다.

    절실한 바람이 왜 없을까마는 아무래도 지난 해에 비해서는

    그 강도가 좀 옅어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

    일종의 염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해 기도를 통해 너무나 많은 걸 얻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올해 첫 '묵주의 9일 기도'는 나로서는 나도 모르게 청원보다는 감사 쪽에

    무게를 둔 측면이 있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대신 개인지향의 기도는 '9일 묵주기도'와 별도로 드렸다.

    56일간 '9일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시행착오도 적잖게 있었다.

    무엇보다 정해진 룰에 따라 하는 기도의 순서가 엇갈리는데서 비롯된 실수가 많았다.

    예컨대 매일의 순서별 신비를 잘못 알고 하다가 바꾼 게 몇번 있다.

    어떤 날에는 그 룰에 맞추느라 기도를 두 번 바치기도 했다.

     

     

    새벽 흐릿한 구름 속에서 해가 그 모습을 잔잔하고 애잔스럽게 드러내더니,

    이윽고 활짝 떠올라 크고 둥근 광명의 빛을 세상에 활짝 드리우고 있다.

    머얼리 '마리아 수도회' 성당이 밝은 빛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밝고 둥근 해를 보면서 예수님이,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내 기도의 마음 속으로 살짝 들어오셨다.

    나는 올해 두번 째 '묵주의 9일 기도'를 이미 마음 속에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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